영화에서 예능까지…‘소확행’이 뜬다

입력 2018-03-1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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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의 가치가 작품세계에 투영되며 흥행을 이어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진제공|영화사 수박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 흥행 열기
나영석 새 예능 ‘숲속의 작은 집’ 등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치 추구 대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향한 대중문화계 움직임이 분주하다.

영화와 TV의 예능, 교양프로그램까지 장르를 망라하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현하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중문화 콘텐츠 역시 이를 발 빠르게 수용한 결과다.

‘소확행’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 발표한 수필집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에 서 처음 쓴 말이다. 작가는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먹을 때” 등의 표현을 통해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행복을 설명했다. 이런 주장은 최근 더욱 공감을 얻으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에서 힐링을 찾자’는 움직임으로 퍼지고 있다.

‘소확행’을 향한 대중의 열망을 확인시킨 작품은 김태리가 주연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제작 영화사수박)이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사랑하는 일마저 쉽지 않은 주인공이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와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손수 농사를 짓는 이야기인 이 ‘작은 영화’가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 열기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전체적으로 극장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선전하는 작품으로 그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개봉 3주째 접어든 14일까지 누적관객 120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 대중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서와 지향, 즉 “소확행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에 정확히 적중하면서 거둔 성과”라는 평가다.

스크린을 넘어 TV프로그램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예능에 있어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tvN 나영석 PD의 선택도 ‘소확행’이다. 그가 기획해 4월 방송을 시작하는 ‘숲속의 작은 집’은 인적이 드문 제주도 깊숙한 곳에 집을 짓고 혼자 살아가는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의 모습을 각각 담는다.

tvN 관계자는 “바쁜 삶에서 벗어나는 꿈은 꾸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현실을 대신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라며 “단순하고 느리지만 나다운 삶에 다가가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프로그램 제목은 ‘마음에 작은 숲을 만들자’는 뜻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겹친다. 두 작품의 공통된 지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교양프로그램들도 예외 없이 이런 흐름을 수용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영란, 김혜정, 박준금 등 중년 여배우들이 전남 해남에 위치한 박원숙의 전원주택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KBS 1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소확행’을 담아내려는 제작 시도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영화계에서는 ‘리틀 포레스트’의 성공에 힘입어 ‘소확행’의 정서를 담은 기획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생활, 귀농 이야기 등 소재발굴도 활발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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