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①] 유니티 “우리 도전은 누군가에 희망…후회 없이 즐겨야죠”

입력 2018-03-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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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가 서울 중구 회현동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건물 옆 계단, 일명 ‘삼순이 계단’에 섰다. 112계단의 가파른 삼순이 계단도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마침내 정상을 밟게 된다. 새로운 전기를 마련코자 유니티가 된 아홉 멤버가 이제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연예스타들의 희망 릴레이 인터뷰 <3> ‘유니티’ 함께 꾸는 꿈

‘더 유닛’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음악차트·방송 1위가 소원인 우희
패자부활전서 극적 부활한 윤조

사연 많은 아홉 멤버 설레는 동행
우린 경력자, 워너원과는 또 달라
4월 데뷔곡 내고 7개월 여정 시작

스포츠동아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21일부터 사흘간 [희망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스타들의 진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역주행의 아이콘’ EXID 하니와 뉴이스트 JR, 배우 진선규에 이어 유니티가 마지막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룻강아지는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리 없다. 패기가 흘러넘치면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도 만만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깨달을수록 패기는 점점 두려움이 되고,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면 자존감은 낮아진다.

가수 연습생이 데뷔의 꿈을 이루는 순간, 의욕이 샘솟는다. 땀과 눈물로 점철된 날들에 대한 보상심리, 꿈을 이룬다는 흥분,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그 의욕의 주성분이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인기는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지는, 그 밑도 끝도 모를 자신감을 흔히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한다. 근자감이 때로는 기적을 만들기도 하지만, 좌절의 쓴맛을 배가시키는 강렬한 조미료가 되기도 한다.

유니티(UNI.T)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2월까지 KBS 2TV에서 방송된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이하 ‘더 유닛’)을 통해 탄생한 여성 프로젝트 그룹이다. 연습생이 아닌 이미 데뷔한 ‘경력자’들이 리부팅(재가동)을 위해 서바이벌 오디션에 나섰고, 의진 예빈 앤씨아 윤조 이현주 양지원 우희 지엔 이수지가 126명이 벌인 경쟁에서 최종순위 1∼9위를 기록하며 유니티 멤버가 됐다. 4월 중 데뷔곡을 발표하고, 약 7개월의 한시적 활동에 나선다.

유니티 멤버들도 한때는 근자감이 넘쳤다. 데뷔만 하면 꽃길이 펼쳐질 것으로 믿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보니 근자감은 부질없는 객기였고, 자존감에 상처만 남기는 촉매일 뿐이었다. ‘언젠가는 대세가 될 거야’라는, 신기루 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회의감에 휩싸여있던 이들이었고, 팀이 해체됐거나 탈퇴해 막막한 미래에 괴로워하던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다시 한번 뛰기 위해 택한 무대가 ‘더 유닛’이었다. 이들은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간절함”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이었다. 이제 유니티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KBS 2TV에서 방송된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을 통해 탄생한 여성 프로젝트 그룹 유니티. 사진제공|KBS ‘더 유닛’


-유니티 활동을 앞둔 현재 기분이 어떤가.

“새롭게 데뷔하는 것이어서 초심으로 돌아가 나태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잡는 기회다. 팀의 계약만료 시점에 에너지 넘치는 친구들 만나니까 동기부여가 된다.(우희) 신인 때가 생각난다. 패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좋은 경험을 공유한다.(양지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헬로비너스를 갑작스럽게 떠나야 했던 윤조는 “연예계를 떠날 생각을 했고,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 유닛’에 출연했다. 다시 찾아온 기회다. 빨리 뭔가를 해나가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에이프릴을 탈퇴한 이현주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라며 “멤버 모두가 같은 마음과 같은 꿈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했다.


● 워너원과 비교? 간절함의 결이 좀 다르다

‘더 유닛’은 워너원을 탄생시킨 엠넷 ‘프로듀스 101’과 포맷이 비슷해 자연스레 비교대상이 된다. 하지만 유니티는 연습생이 아닌 이미 데뷔한 ‘경력자’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워너원과 다르다.

-워너원과 비교하는 시선도 무리는 아닌데.

“우리는 조금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이현주) 신인 때는 근자감이 있는데 한번 현실에 부딪혀봐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워너원과는)간절함의 결이 좀 다를 것이다.(양지원)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기도 했고, 자신감, 자존감 낮았고, 갇혀 있다는 느낌이었다.(예빈) 이제 우리는 바위 안에서 펄펄 끓고 있는 활화산이다.(우희)”

-목표가 있다면.

“데뷔를 했지만 이뤄보지 못한 게 많다. 음악차트 1위와 음악방송 1위다. 얼마 전 샤워를 하면서 문득 1위 소감을 연습했다. 하하. 정상이 아니어도 1년 내내 차트에 있으면 좋겠다. 유니티하면 사람들이 뭔가 떠올리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2018년 가요계 올해의 인물이 되고 싶다.(우희)”

-그 목표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프로그램 끝난 후 매일같이 만나서 콘셉트 회의를 한다. 한창 곡을 받고 있으며, 일 없어도 만난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모바일 메신저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공유한다. 아이돌은 감추는 게 매력이라지만 우리는 다 보여주고 말 테다.”

KBS 2TV에서 방송된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을 통해 탄생한 여성 프로젝트 그룹 유니티.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동상이몽? 같은 꿈을 꾸고 있다

멤버들은 다 처지가 다르다. 유니티 활동 후 돌아갈 소속팀이 있는 이도 있고, 이미 팀을 탈퇴했거나 소속사가 없어 미래가 불투명한 이도 있다. 솔로가수도 있다.

-처지가 다른데,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도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유니티로 활동하는 동안 (개별)입지를 잘 다지고 싶다. 활동 끝나고 개별 활동 할 때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 다른 가수들이 인정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이수지)”

-시한부 활동의 끝을 생각하면 복잡할 것 같다.

“유니티 하는 동안 재미있게 즐기자는 생각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지금을 즐기자’라고 이야기해준다. 우리는 모두 더 하고 싶다는 마음에 ‘더 유닛’에 나온 사람들이다. 어떤 작은 거라도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다.(우희)”

-유니티가 잘돼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도 힘을 얻을 텐데.

“프로그램하면서 얻은 게 많다. 지쳐 있던 상황에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고, 우리의 도전이 다른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가 나면 누군가에겐 더 큰 희망이 될 것이다.(우희) 멤버들이 참 멋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도전은 희망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다.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양지원)”

-‘더 유닛’은 어떤 의미의 프로그램이었나.

“프로그램 초반엔 낯을 가리기도 했고, 바쁘게 미션을 준비하다보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점점 힐링되고 용기를 얻게 됐다.(지엔) 데뷔하고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앤씨아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 뿌듯하다.(앤씨아)”

유니티 윤조. 사진제공|KBS ‘더 유닛’


● 반전의 윤조,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유니티는 9명이다. 각기 사연도 다르다. 그중 윤조의 이야기는 극적이다. 윤조는 첫 회에서 어느 심사위원으로부터도 선택을 받지 못해 탈락이 결정됐다가 심사위원들의 합의로 재도전의 기회를 얻었다.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시작해 순위가 점점 올라 결국 결승전에서 4위를 기록했다.

-유니티 입성 과정이 극적이다.

“처음 탈락했던 그날 내가 너무 싫었다. 연예인 이제 더 이상 안 한다고 다짐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나한테 기분 나빴다. 부모도 반대하는데 굳이 출연해서 망신만 당하고. 짐 싸서 집에 가려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당시 좌절감이 상당했을 텐데.

“나와 같이 경쟁하던 친구들은 다 신인들이었다. 나이 차도 많았다. 4년 쉬고 나와서 체력도 안 되고, 암기력도 안 되고, 너무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다 합격하는데 나는 왜 선택 받지 못했을까 나 자신에게 기분이 나빴다.”

-어떻게 이겨냈나.

“그냥 하고 싶은 거 하자고 하다 보니 등수가 올라가더라. 그러니 욕심이 났고. 깨달은 점은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는다. 돈을 못 벌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가수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좌절을 딛고 일어나시길 바란다.”

좌절에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이들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희망의 메시지다. 이들의 성공은 더욱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유니티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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