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생홈런이 또 있을까…긴데쓰 만년 백업포수 송일수의 홈런

입력 2018-03-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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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수 전 두산 감독은 1983년 10월 21일 한큐전 9회 대타로 나서서 자신의 일본프로야구 첫 홈런을 터트렸다. 이 경기는 일본에서 그의 은퇴무대였다. 스포츠동아DB

감독이 선물한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일본무대 통산 1호 기적 홈런

일본명이 이시야마 가즈히데(石山一秀)인 송일수(68)는 긴데쓰 버팔로스 소속으로 14년간 활약했다. 팀의 백업포수로 주전에 밀려 출전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국 1983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결심했다.

구단은 평소 성실한 생활에 반해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1983년 10월 21일 한큐 브레이브스와의 경기. 이미 두 팀의 시즌 성적이 확정된 가운데 잔여일정을 소화하는 날이었다. 2진급 투수들이 등판해 난타전이 이어졌다.

송일수는 14-17로 긴데쓰가 뒤진 9회 2사 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14년 동안 불펜에서 수많은 투수의 공을 받아주며 고생했던 송일수의 은퇴 결심을 알고 있던 세키구치 세이지 감독이 배려 차원에서 현역 마지막 타석을 선물했다. 세키구치 감독은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송일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멋지게 치고 들어오라”고 당부했다.

승패의 부담감도 없었고 이번이 현역 마지막이라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송일수는 상대 투수 모리 고지를 상대로 은퇴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의 가치를 더 높여준 것은 이 한방이 송일수의 일본프로야구 유일한 홈런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일본프로야구 통산 기록은 215경기 출장, 타율 0.222(72타수 16안타), 1홈런, 8타점이다.

긴데쓰 선수들은 송일수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승패와 관계없이 모두 덕아웃에서 나와 만세를 부르며 열렬히 기뻐해줬다. 이 사연을 안 상대팀 선수들도 박수로 축하해줬다. 하지만 송일수는 구단 직원으로 일하지 못하고 1984년 재일동포선수들에게 문호를 연 초창기 한국프로야구 무대로 방향을 틀어 현역생활을 이어갔다. 김일융과 함께 삼성 유니폼을 입고 1986년까지 3년간 활약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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