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형 DL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입력 2018-03-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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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수층이 얇은 KBO리그에서 팀 전력 극대화를 위해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두산 김태형 감독은 2018시즌 개막과 함께 “부상자명단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KBO리그의 특성상 3일, 5일 ‘DL(부상자 명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감독은 화통한 성격이지만 그동안 리그 규약 등 행정적인 부분에서 있어서는 신중했다. 그만큼 이번 발언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김 감독이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솔직히 밝힌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 과 같다.

“최근 KBO리그의 경기 수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KBO리그는 단일리그로 팀 당 144게임을 치른다. 정예멤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엔트리 구성이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선발투수의 경우 등판 이후 4일 동안 엔트리에서 빠지고 다른 선수(불펜 투수 등)를 등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3~4일이면 회복 될 수 있는 부상을 당한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고 단기 DL에 올리면 팀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현 KBO 규약은 한 번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는 10일 이후에 다시 1군 경기에 출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중 투수의 공에 허벅지를 맞아 당장 4~5일 경기에 뛸 수 없는 선수가 발생할 경우 코칭스태프는 5일 동안 엔트리 한 명을 손해보고 경기를 치를지, 아니면 주전 선수의 10일 공백을 감수하고 대체전력을 2군에서 올릴지 결정해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운용하고 있는 DL은 ‘Disabled List’ 약칭이다. DL제도는 KBO와는 많은 부분이 다른 메이저리그만의 25인, 40인 로스터 제도 속 선수 보호를 위해 탄생했다. 최단 10일 동안 DL등록이 가능한데 메이저리그 플레이어 신분을 유지하며 마이너리그로 소속이 변경되지 않고 부상 회복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한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제도는 매우 복잡하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는 FA선수가 존재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40인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가 4차례 마이너리그로 보내지면 자동적으로 FA자격을 획득하는 경우도 많다. DL은 구단 입장에서는 전력유지, 선수는 서비스 타임 기간 유지, 또한 마이너리그 선수의 경우 최대한 많은 빅리그 승격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여러 순기능을 갖고 있다.

김태형 감독이 발언한 ‘한국형 DL’은 프로야구 사령탑들이 모인 감독자 회의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이슈다. 메이저리그 DL과는 최종 목적에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선수층이 얇은 KBO리그 특성상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팀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다. 혁신적인 생각, 기발한 발상을 얼마나 빨리 분석하고 도입 여부를 결정하느냐는 리그 커미셔너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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