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박정아의 ‘가지 않는 길’, 종착지는 MVP였다

입력 2018-03-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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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김천 도로공사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도로공사가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한 뒤 MVP에 선정된 박정아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도로공사 박정아는 ‘가지 않는 길’을 걷기로 했다. 안정된 삶만 봤다면 IBK기업은행에 남으면 됐다. 프로 입단 이래 계속 뛴 팀이었다. 우승만 세 차례 해냈다. 2016~2017시즌 세번째 별을 따낸 뒤, IBK기업은행은 최고 대우로 잔류를 제안했다.

그러나 박정아는 변화를 선택했다. 발표 금액(2억5000만원)만 놓고 보면, 도로공사의 액수가 많지 않았다. 박정아는 “갈수록 발전된 선수가 되기 위해서”라고 이적 이유를 말했다.

제한된 공격 옵션으로 활용된 IBK기업은행 때와 달리, 도로공사에서는 수비 리시브까지 감당하는 ‘완전체 선수’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국내 톱 공격형 레프트 박정아의 가세로 도로공사는 라이트 이바나와 더불어 양 날개 공격을 동시에 강화했다.

박정아의 도로공사 이적 첫해는 미완이지만 해피엔딩이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리시브는 타고난 감각이 필수였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었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박정아는 현재를 위해 미래를 잠시 보류했다. 박정아가 잘하는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시브 라인에서 제외시켰다. 그 배려를 박정아는 27일 도로공사의 V리그 창단 첫 우승으로 보답했다.

27일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화성 IBK기업은행과 김천 도로공사의 챔피언 결정전 3차전 경기가 열렸다. 도로공사 박정아가 IBK기업은행 블로커를 피해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화성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서 “200점이 있다면 박정아에게 200점을 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클러치 능력을 칭찬했다. 실제 최대 승부처였던 23일 챔프전 1차전 5세트에서 도로공사가 10-14를 17-15로 뒤집을 때, 박정아는 결정적 점수를 잇달아 성공시켰다. 같이 프리에이전트(FA)가 됐지만 IBK기업은행 잔류를 선택한 라이벌 김희진과의 대결에서도 웃었다.

챔프전에서 더 강력해진 박정아는 기자단 투표 29표 중 26표를 받아 MVP에 올랐다. 박정아는 “통합우승을 목표로 왔는데 이뤄서 기쁘다. IBK기업은행을 챔프전에서 만나 기분이 묘했다. 개인적으로 4번째 우승 경험인데 ‘우승 청부사’라는 수식어는 과분하다. 내가 좋은 팀에 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박정아는 26일이 25번째 생일이었다. 그 다음날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은 셈이다.

화성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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