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박태종’ 이틀간 5승, 이거 실화냐?

입력 2018-03-3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경마 최초 2000승을 달성했던 박태종 기수가 지난 17·18일 50대 나이임에도 이틀 동안 5승을 올리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사진은 2016년 5월21일 2000승 기록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한국마사회

2년전 한국경마 첫 2000승 주인공
올해 우승만 12회…전체 기수중 7위
철저한 자기관리로 체력부담 극복


“노장은 살아있다.”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박태종(52) 기수가 젊은 기수들 못지않은 성적을 뽐내고 있어 화제다. 지난 17일과 18일 박태종 기수는 15회 기승해 우승 5회, 준우승 4회, 입상률 73%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 올해 기수성적별순위에서도 박태종 기수는 7위(3월29일 기준)에 올라있다. 총 133회 출전해 우승 12회, 2위 13회, 3위 16회를 기록 중이다. 승률은 9.0%이고 복승률은 18.8%다. 데뷔 32년차의 기수 나이를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적이다.

경마 기수의 경우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는 점도 그 의미를 배가시킨다. 경주에서 자신보다 10∼11배가량의 몸무게가 나가는 말(평균 450∼500kg)을 제어하면서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50세를 넘기면 현역으로 활동하기가 어렵다. 골프, 크리켓 등 일부 80세에 근접한 기록을 가진 스포츠도 존재하지만, 이와 같은 종목들은 육체적 부담이 적다. 이를 감안할 때 50대인 박태종 기수가 달성한 1승은 값진 평가를 받을만하다.

박태종 기수는 한국경마에선 곧 역사이자 기록이다. 지난 2016년에는 50대의 나이로 데뷔 30년 만에 200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경마 최초의 2000승 달성이었다. 기수 통산 ‘최초’의 500승, 1000승, 1500승, 2000승 타이틀은 모두 박태종 기수의 것이다. 2015년 77번 우승하며 서울 기수 TOP3에 올랐을 당시 1·2위를 차지한 문세영, 조성곤 기수의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엄청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그가 언제나 승승장구 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2000승 달성과 동시에 9월 경주 중 낙마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사실상 은퇴선고였다. 이전에 무릎수술을 3번이나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의사는 회복만 최소 1년이 걸릴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태종 기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에만 매진하자 영화처럼 6개월 만에 경주로로 복귀할 수 있었다.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해 5시부터 경주마에 오르는 성실함이 있기에 가능했다. 평소 술, 담배를 멀리하고 저녁 9시에 잠드는 등 철저한 자기관리도 한몫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지도자의 길보다는 말을 계속 타며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박태종 기수의 기록행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