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두 시즌’, 그래도 박병호는 박병호다

입력 2018-04-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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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1사 1루에서 넥센 박병호가 kt 류희운을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메이저리그에서 시련의 시간을 겪었어도 박병호(32·넥센)는 박병호였다. KBO를 지배했던 홈런왕의 위용은 살아있었다.

2016~2017년 두 시즌에 걸친 메이저리그 도전을 청산하고,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에 복귀한 박병호에게 이미 ‘정복한 산(山)’인 KBO리그는 평온한 곳이었다. 무엇보다 심적으로 평안함을 줬을 것이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4시즌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2014년은 52홈런, 2015년은 53홈런을 터뜨렸다. 더 이상 KBO리그에서는 이룰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박병호가 KBO를 평정했던 시간, 넥센의 홈 필드는 목동구장이었다. 극단적 타자친화구장이었다. 돌아온 박병호에게는 새로운 환경, 고척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4일 KT와의 홈경기에서 박병호의 파워는 장소를 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4번타자로 출장한 박병호는 1사 1루에서 KT 선발 류희운의 포크볼을 잡아당겨 좌월 2점홈런을 만들어냈다. 1번타자 이정후의 1회 선두타자 홈런에 이어 기선을 잡는 홈런포였다.

넥센은 5방의 홈런을 터뜨리며 10-2로 승리했다. 고종욱은 프로 데뷔 첫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넥센 선발 한현희는 7.1이닝 2실점 피칭으로 전날 KT전 팀 패배를 되갚았다.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1사 1루에서 넥센 박병호가 kt 류희운을 상대로 좌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린 뒤 초이스와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어느덧 박병호는 10경기에서 4홈런을 터뜨렸다. 2018시즌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최근 2시즌 연속 홈런왕 최정(SK)과의 대결구도가 점화되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박병호를 둘러싸고, SK의 홈런타자들(김동엽, 로맥, 최정 등)과 신예 강백호(KT, 4홈런) 등이 접전 구도를 만들고 있다.

박병호의 가세 덕에 넥센 타선의 짜임새가 올라가는 후광 효과가 발산되고 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3번 김하성, 4번 박병호, 5번 초이스의 중심타선을 꾸렸는데 위력이 극대화되고 있다. 박병호 앞뒤에 배치된 타자들이 무형적 수혜를 얻고 있다.

승리 직후 박병호는 “3일 KT전에서 나뿐 아니라 팀 전체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은 달라진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린 것 같다. 실투를 운 좋게 넘겼지만 초반 점수를 벌리는 홈런을 쳤다는 점이 만족스럽고 기분 좋다”고 특유의 겸손한 소감을 말했다.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올린 박병호는 어느덧 시즌 4홈런 11타점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박병호의 표정은 꽤 밝아졌다. 친숙한 공간으로 돌아온 박병호가 과거의 상실감에서 벗어나 편안함 속에서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야구는 결국 멘탈스포츠다. 박병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무엇인지 넥센은 잘 알고 있었다.

고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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