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지금 ‘날씨와 밀당 중’

입력 2018-04-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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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8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미세먼지로 취소 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8시즌 프로야구는 날씨 때문에 울고 웃는다. 이만한 ‘밀당’도 없다.

운이 좋은(?) 몇 구단은 개막 3주째였던 지난 주 반가운 휴식을 취했다. 5일에는 잠실(LG-두산), 문학(KIA-SK), 대전(롯데-한화) 경기가 비로 취소 됐다. 6일에는 이례적으로 미세먼지가 경기 진행을 방해했다. 잠실(NC-두산), 수원(한화-KT), 문학(삼성-SK)이 나란히 열리지 못했다. 한 시즌을 치르며 우천 취소는 비교적 흔한 일이지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날 잠실구장이 있는 서울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426㎍/㎥까지 올라갔다.

KBO는 미세먼지 상황에 따른 취소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KBO리그 규약 27조 3항을 살펴보면 ‘경기 개시 예정 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있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으로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 여부를 규정한다’고 적혀있다. 올해 유독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KBO는 개막 이후 경기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미세먼지 수치를 면밀히 체크해왔고, 결국 6일 첫 결정을 내렸다. KT 김진욱 감독은 “규정대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기준 이상으로 미세먼지가 심하면 관중들의 건강과 쾌적한 경기를 위해 취소가 맞다”고 강조하는 등 일단 선수단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향후 일정 편성 등 경기 스케줄을 고려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명확한 규정 적용’만이 답일 수 밖에 없다.

지난 토요일 NC와의 경기에서 추위 탓에 방한 용품을 착용한 오재원. 사진|MBC 스포츠플러스 캡쳐


하루아침에 상황은 또 달라졌다. 이제는 꽃샘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수도권은 물론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뜻밖의 추위에 몸을 떨고 있다. LG-롯데전이 열린 8일 사직구장도 봄의 시샘에서 자유롭진 않다. 기온은 약 10℃ 안팎이지만, 해가 들지 않는 덕 아웃에는 한기가 가득해 난로를 가동해야할 수준이었다. 클럽하우스 내 복도도 냉랭하긴 마찬가지였다.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사령탑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추운 날씨로 인해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LG전에 앞서 롯데 조원우 감독은 “위쪽도 엄청 춥다고 들었다. 4월 중순은 넘어서야 날이 풀리겠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LG 류중일 감독도 같은 마음이었다. 7일 차우찬이 시즌 두 번째 등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원인으로도 추운 날씨를 꼽았다. 차우찬은 4이닝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8안타 4볼넷 6실점했다. 류 감독은 “시즌 첫 피칭보다 좋지 않았다. 날이 추워 몸에 열이 안 났다더라. 최고 구속이 141~142㎞ 정도였다. 자기 공을 못 던졌다”며 “날씨가 추우니 자기 힘을 다 못쓰고 제구가 안됐다”고 아쉬워했다.

사람의 마음과 달리 봄의 기분은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영역이라지만, 꽃샘추위도 결국 끝은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밀당의 고수’만이 꽃을 피워낼 자격도 있다.

사직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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