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의 재림’ 오타니,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사나이

입력 2018-04-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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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괴물’ 오타니 쇼헤이가 9일(한국시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6.1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는 등 7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올 시즌 선발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오타니는 앞서 타자로 3경기 연속포를 쏘아올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범경기는 몸 풀기였다.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겪었던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개막과 동시에 투타에 걸쳐 모두 펄펄 날고 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라”고 외쳤던 현지 언론은 “외계인이 나타났다”며 목소리를 바꿨다. 수십 년 묵은 기록들을 벌써부터 갈아 치우는 오타니에게 팬들은 ‘전설의 스타’ 베이브 루스’를 떠올리고 있다.



● 방어율 2.08-타율 0.389-3홈런…베이브 루스의 재림

오타니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7회 1사까지 19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퍼펙트게임’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마커스 세미언에게 안타를 맞아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 자체로도 훌륭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30일 오클랜드전에 8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하며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틀 휴식을 취한 뒤 지난 2일 오클랜드전에 첫 등판하며 6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따냈고, 4일부터는 다시 타자로 3경기 연속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매 경기 홈런을 때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3연속 홈런 뒤 투수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건 1916년 베이브 루스, 1973년 켄 브렛에 이어 오타니가 세 번째다. 또한 개막 10경기 만에 2승과 3홈런을 기록한 건 1919년 짐 쇼에 이어 오타니가 두 번째다. ‘데드스핀닷컴’은 “오타니가 지구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감탄했다. 미 현지에서는 오타니가 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투수 10승-타자 1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믿고 있다.

타격하는 오타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시범경기 부진? 레그킥 버리고 포크볼 늘렸다

오타니는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 현지 언론은 그 때 “타자 오타니는 고등학생 수준이다”, “오타니는 마이너리그에서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정규시즌 들어 투타 모두 변화를 줬고, 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투수’ 오타니는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보여주는 공’ 정도로만 쓰던 포크볼의 구사율을 정규시즌 2경기에서 26.1%까지 늘렸다. 9일 경기에서 던진 91구 중 포크볼은 34개, 삼진을 빼앗은 승부구 12개 중 포크볼이 8개였다.

그의 포크볼은 최고구속 145㎞에 달한다. 최고 162㎞ 속구에 움찔한 타자들은 오타니의 고속 포크볼에 타이밍을 빼앗기며 배트를 헛돌리기 일쑤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시범경기에서는 속구 위주 투구로 나름의 실험을 했을 것이다. 오타니를 상대한 타자들에 따르면 그의 속구는 볼 끝이 다소 밋밋한 편이다. 구속이 빠르긴 해도 타자가 못 칠 공은 아니다”라며 “한계를 느낀 오타니가 정규시즌에도 실험을 계속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본인의 장기인 포크볼을 꺼내든 것이다”고 분석했다. 미 USA투데이도 “악마의 스플리터였다”며 그의 포크볼을 극찬했다.

‘타자’ 오타니의 가장 큰 변화는 레그킥 포기다. 레그킥은 타격 시 앞쪽 발을 들어 타이밍 맞추는 동작으로 비거리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속구 타이밍을 맞추기 힘든 단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를 처음 만난 시범경기에서 10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하나의 장타도 뽑아내지 못했다. 오타니는 정규시즌 들어 레그킥을 포기했다. 삼진율은 시범경기 27.8%에서 정규시즌 21.1%로 소폭 줄어든 반면 장타율은 0.125에서 0.889로 대폭 증가했다. 변화가 주효했다.

오타니 쇼헤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162경기 레이스, 관건은 감각 유지

송재우 위원은 오타니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시범경기 부진은 그에게 쏠린 중압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안타 한 개를 때려낸 게 전환점이 됐다”며 “베이브 루스에 이어 투수 10승, 타자 10홈런은 가능할 것 같다”고 점쳤다.

관건은 감각 유지다. 송 위원은 “162경기에 타자로만 나서는 선수도 슬럼프가 찾아온다. 투타 겸업하는 오타니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휴식한다. 아무리 좋은 타격감도 이렇게 불규칙한 일정이라면 유지가 힘들다”고 점쳤다. 이어 “오타니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상대 팀 선수들도 큰 견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력이라면 나머지 29개 팀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나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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