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행’ 배지환 “백호, 창섭이 부럽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입력 2018-04-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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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배지환. 그는 "남들보다 시작이 더디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본인제공

“동기들이 부럽긴 하죠. 하지만 저는 마이너리거입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배지환(피츠버그·19)은 경북고 주전 유격수로 국내외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 고교시절 청소년국가대표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 불참하며 미국프로야구에 도전했다. 지난해 9월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와 계약했고 가을 교육리그도 뛰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애틀랜타와 배지환의 이면 계약을 문제 삼으며 계약이 무산됐다. 배지환은 미아가 됐다.

그는 일본 독립리그 트라이아웃에까지 참가하며 어떻게든 2018년에도 야구를 하려 했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건 피츠버그였다. 피츠버그는 계약금 125만 달러에 배지환을 영입했다. 배지환은 최근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잠깐 귀국했다. 그는 모교인 경북고등학교에 야구 발전 기금 1억원을 쾌척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연락이 닿은 배지환은 “멀어지던 꿈에 다시 다가가게 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귀책을 떠나서 만19세 소년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다른 것보다 야구를 더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배지환을 괴롭게 만들었다. 그는 “힘든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다. 그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버팀목이었다. 덕분에 잘 이겨냈다. 다시 한 번 팬들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피츠버그는 배지환에게 계약금 125만 달러를 안겨줬다. 애틀랜타가 약속한 금액보다 많은 건 물론, 피츠버그 구단의 국제 아마추어 선수 영입 계약금 2위에 해당한다. 한국인 야수 중에서는 추신수(137만 달러)에 이어 2위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캠프에도 잠깐이지만 합류했다. 이제 막 신인인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도 “부담은 전혀 없다. 되레 의욕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의 시선은 메이저리그에 맞춰져 있다. 배지환은 “빅 리거가 되고 싶다는 대답은 당연한 것 같다. 올스타에 뽑힐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싶다”고 밝혔다. 서두르진 않는다. 동기생 강백호(KT), 양창섭(삼성) 등 특급 신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 부럽긴 해도 한 발 한 발 걷겠다는 각오다. 그는 “나는 마이너리거다. 한 발 한 발 올라가야 한다. ‘서두르자’는 생각을 하면 조급해진다. 부상 없이,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겠다”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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