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함께하는 일자리 탐구] ④ 외국인 선수 통역

입력 2018-04-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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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운영팀장(오른쪽 두 번째)이 2016년 소속 선수였던 티아고 가족들과 함께 찍은 장면. 사진제공 | 김주환 팀장

■ 언어능력은 기본, 경기에 대한 이해력 가장 중요

급여는 사원∼대리급…일상 업무도 겸해
선수 가족의 정착 위한 헌신적 노력도 필요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국내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는 총 140여명이다. 축구는 ‘3+1(아시아쿼터)’로 4명 보유가 가능하고, 야구는 3명, 농구는 2명, 배구는 1명을 각각 등록할 수 있다. 1∼2부 승강제로 운영되는 프로축구가 69명(2018시즌 기준)으로 가장 많다. 이들 외국인 선수 중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선수는 극소수다. 이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통역이 필요하다. 경기나 훈련 때 감독의 작전 지시를 정확하게 전달해줄 통역은 경기력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구단이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 바로 통역이다. 소통의 다리를 놓고 있는 통역의 세계를 알아본다.

통역은 선수단의 일상 업무를 겸직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계약직이다. 급여수준은 종목 및 구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체로 구단의 사원∼대리급이라고 전해진다. 통역을 하다가 구단 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한다.

현재 통역인원이 가장 많은 종목은 프로야구다. 10개 구단 통역 인원은 모두 25명. 언어는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그리고 중국어다.

롯데가 4명으로 가장 많다. 외국인 코치(2명)와 선수 3명을 통역한다. 그 외 구단은 대개 2∼3명이다. NC의 경우 대만 출신 투수 왕 웨이중을 위해 중국어 통역이 있다. kt는 1명이다.

프로축구는 구단마다 1명씩을 고용하고 있다. 특이한 건 브라질 선수의 비중이 높다보니 포르투갈어의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프로농구, 프로배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로축구 성남FC의 김주환 운영팀장을 통해 외국인 선수 통역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전공하고 브라질로 유학 간 그는 전지훈련을 온 대구FC에서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축구단과 인연을 맺었다. 축구단에 입사하기 위해 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할 정도로 열정도 컸다. 이후 공채로 성남FC에 입사했고(2015년 1월), 주무 겸 통역을 하다가 지난해 운영팀장이 됐다.

김 팀장은 통역이 갖춰야할 제1 조건으로 ‘축구에 대한 이해도’를 꼽았다. 그는 “언어는 기본이다. 중요한 건 축구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다. 아무리 언어를 능통하게 해도 축구를 모르면 통역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선수 통역 이외에도 선수 가족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2016년 초 성남에서 뛰었던 티아고(현 전북 현대)를 통역했는데, 그의 아기가 태어난 상황에서 가족들을 챙기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선수가 도움을 요청하면 늦은 밤이라도 달려 가야한다. 김 팀장은 “대구FC에 있을 때는 감독과 코치, 선수가 모두 브라질 출신으로 구성돼 23명의 가족을 통역 2명이 도운 적이 있다”고 했다. 치킨을 배달시키는 일까지 도와주는 경우도 있다는 그는 “통역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고생하는 탓에 통역에게 승리수당을 챙겨주는 구단이 많다고 한다.

물론 보람도 있다. 그는 “내가 통역하는 외국인 선수가 경기장에서 골을 넣었을 때, 또 승리를 할 때는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고 했다. 또 선수가 진심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건넬 때도 감동을 받는다면서 “선수와 통역은 가족 같다”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했다.

통역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그는 “단지 통역만을 생각하기보다는 축구단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들을 배우고 익혀 나갔으면 한다. 통역은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길게, 멀리 내다보고 통역 일을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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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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