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한준. 사진제공|kt wiz
26일 수원 롯데-KT전, 5-1로 앞선 KT의 7회말 공격에서 선두 강백호가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타자는 타율 0.418로 타격 1위에 올라있는 유한준이었다. 유한준은 롯데 구승민의 초구에 번트를 댔다. 타구는 3루쪽으로 향했고, 후진 수비를 펼치던 한동희가 황급히 뛰어 들어와 타자 주자 유한준만 간신히 잡아냈다.
유한준은 벌크업에 성공한 뒤 거포 외야수로 자리매김하며 좀처럼 번트와 거리가 멀었다. 이날 번트는 유한준의 2016년 KT 입단 3년 중 세 번째 희생번트였다. 유한준은 타격 1위에 올라있는 팀의 중심 타자다. 기습 번트 후 전력 질주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유한준은 경기 후 “내 스스로 판단해 번트를 댄 것이다. 별도의 사인은 따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27일 수원 KIA전에 앞서 만난 KT 김진욱 감독은 유한준의 번트 얘기가 나오자 파안대소했다. 김 감독은 “나도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벤치에 돌아온 유한준에게 “네가 번트를 대면 어떡하나?”고 물었다. 유한준은 “그 시점에서 1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루수의 수비 위치가 깊었습니다. 저까지 살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비록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KT는 고영표의 완투에 힘입어 5-2로 승리, 최근 2연패와 홈 5연패를 끊어냈다.
‘미친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유한준에게 비결을 묻자 “나도 신기하다. 잘 맞고 있는 이유가 따로 없는 것 같다”며 “지어서라도 말을 해야 하는 건가”고 되물었다. 그는 “그저 바빕(BABIP·인플레이타구타율) 신이 돕고 계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타격감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유한준은 27일 수원 KIA전에서도 솔로포 포함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팀이 3-8로 패했지만 유한준의 활약은 빛났다. 베테랑의 헌신은 올 시즌 KT의 탈꼴찌를 위한 필수 과제다. 다소간 하향세에 빠진 팀이지만 보이지 않게 팀에 기여한 유한준이 빛나는 이유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