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정윤진 덕수고 감독이 만드는 ‘꿈의 공작소’

입력 2018-05-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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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모교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고교야구 최고의 지장으로 통한다. 수많은 고교 유망주들이 정 감독을 만나 꿈을 키우고 실현했다. 정 감독과 덕수고는 16일 개막하는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스포츠동아DB

곽빈 한동희 양창섭 강백호 등 고졸신인 전성시대
양창섭 조련…“중학교부터 남달라, 목표의식 뚜렷”
2007년 코치서 감독 승격…잇달아 전국대회 정상
16일 개막하는 72회 황금사자기에선 3연패 도전
모든 것 챙기는 완벽주의·실력 위주 기용이 원칙
“경기 못 뛰는 제자들 지켜보는 일은 몹시 힘들어”


올해 KBO리그에는 대형신인들이 넘쳐난다. 고교를 졸업한지 2개월여밖에 안된 어린 선수들도 여럿이다. 두산 곽빈, 롯데 한동희, 삼성 양창섭, KT 강백호가 대표적이다. ‘베이징 키즈’로도 불리는 이들은 벌써 각 팀의 주축 내지는 주요 전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두 프로에서 첫 단추를 무사히 꿴 데 이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직은 10대에 불과한 새내기들이다.

학창시절은 꿈을 키우는 소중한 시기다. 특히 감수성 예민한 중·고교 때는 부모 못지않게 친구와 은사가 삶의 좌표를 형성하는 데 음으로 양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막상 그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인데, 훌륭한 스승과 속 깊은 친구를 만나는 일은 중요하다. 올해 KBO리그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고졸신인들도 학창시절을 알차게 보냈으리라 짐작된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 스포츠동아DB


덕수고 정윤진(47) 감독은 20년 넘게 모교에서 후배들이 꿈을 품고 이룰 수 있도록 때로는 그 곁에서, 때로는 그 앞에서 거들고 있는 조력자다. 1994년 코치로 시작해 2007년부터는 감독으로 ‘덕수고 전성시대’를 열어왔다. 그가 감독으로 취임한 이듬해 대통령배 정상을 시작으로 지난해 황금사자기 2연패까지 덕수고는 지난 10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고교무대를 평정해왔다. 덕수고 졸업생들도 매년 90% 넘게 프로 또는 대학으로 향한다.

정 감독은 그 비결을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내 스스로 근태에 철저하다. 많은 부분을 직접 챙기고 살핀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의 기량과 상태는 물론 야구부의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기용한다. 저학년이라도 실력이 뛰어나면 주전으로 쓴다.”

그가 소신껏 모교 야구부를 이끌 수 있는 데는 학교와 동문회의 힘이 크다. 대개의 다른 학교들과 달리 정 감독은 학부모들이 아니라 동문회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동문회에서 월급을 받다보니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소신대로 우리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동문회로부터 혼이 난다(웃음). 교장선생님도 늘 애정을 갖고 도움을 주신다.”

올해 덕수고 야구부원은 50명 가량이다. ‘실력 본위’라는 원칙에 입각해 어린 제자들을 경기에 내보내지만, 그만한 또래의 조카들을 둔 까닭에 덕아웃 안 또는 밖에서 주전선수들을 응원하는 후보선수들을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몹시도 힘들다. 정 감독은 “가장 어려운 점은 모든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할 수 없는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학생야구’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정했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제자들의 눈망울은 언제고 눈에 밟힌다.

삼성 양창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덕수고 출신 프로선수들로 화제가 옮겨지자, 정 감독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졌다. 프로 대선배들도 깜짝 놀라게 한 대담성과 제구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양창섭에 대해선 “중학교 때부터 남달랐다. 볼의 회전이 좋았다. 중3 때(덕수고 입학 전 스카우트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이미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제구력을 갖춰 더 좋은 투수가 되겠다”던 중학생의 어른스러운 말에 정 감독 역시 다시 한 번 자신의 사명과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정 감독과 덕수고는 5월 16일 개막하는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올해 첫 전국대회라는 상징성도 커다란 동기부여다. 그리고 이 대회가 중요한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정 감독은 “운이 좋아서인지 매년 초반에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고 나면 다음 대회부터는 저학년을 비롯한 후보선수들을 경기에 많이 기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전선수들의 혹사를 방지하는 한편 후보선수들의 기량향상을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 누구의 것이든 꿈은 소중한 법이다.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꿈이든 다른 이의 꿈이든, 또 크든 작든 그 꿈을 이루게 해주려면 적어도 기회는 골고루 주어져야 한다. 정 감독은 제자들 한 명 한 명의 꿈이 소중한 것임을 잘 안다. ‘꿈을 키우는 공작소’, 정 감독이 덕수고에서 실현하고픈 최우선의 가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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