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꼴찌 위기 삼성, 강민호로 될 일 아니다

입력 2018-05-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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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단이 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전에서 4-7로 패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최하위로 추락한 사자군단에는 좀처럼 반등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가 된 삼성 야구다. 삼성이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삼성은 2일 SK전 패배로 승리(11승)보다 패배(22패)가 두 배나 많게 됐다. KBO의 유일한 3할대 승률 팀이다.

삼성의 약세는 예견된 일에 가까웠다. 스포츠동아는 2018시즌 KBO리그 개막전을 하루 앞둔 3월 23일, 야구계 전문가 50인 설문을 진행했다. 과반수인 25명이 삼성을 꼴찌로 예상했다. 한화, KT(이상 10표)를 압도한 숫자였다.

KBO 원년인 1982시즌부터 출범한 삼성은 이제껏 단 한번도 꼴찌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굴욕의 성적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더 현실로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 강민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강민호 한 명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

삼성의 팀 방어율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왕조시대’의 일원인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를 재영입했음에도 호전되지 못했다. 코치, 감독을 바꿔서 될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삼성 핵심선발인 리살베르토 보니야, 팀 아델만, 윤성환, 김대우의 방어율은 전부 6점대다. 최근 수년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박석민(NC) 차우찬(LG) 최형우(KIA) 등을 잃기만 했던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모처럼 국가대표 출신 포수 강민호(33) 영입으로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적어도 현 시점까지 강민호 효과는 희미하다. 포수의 리드로 투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공격형 포수로 각인된 강민호의 장점마저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29경기에서 타율 0.242, 3홈런, 11타점이 전부였다. 만약 삼성 프런트가 강민호 한 명으로 팀의 개선을 원했다면 오판인 셈이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재건은 어디서부터 이뤄져야 할까?

삼성은 한 때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갔고, 이 가운데 4차례 우승을 했다. 오히려 이런 ‘영광의 역사’가 삼성의 현실인식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계에서는 “삼성은 호황기가 너무 길었다. 구성원 전체가 이런 시절을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좋지 못한 상황이 닥칠 때의 면역력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결국 삼성은 시스템의 힘이 아니라 핵심인재의 역량으로 정상에 있었던 것이다. 그 인재들이 하나둘 빠져나가자 대책 없이 무너지고 있다. 결국 삼성 앞에 놓인 노선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FA 시장의 적극적 참전 혹은 육성 시스템의 강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현실에서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모 기업의 투자의지는 과거와 다르고, 팜은 풍족하지 못하다. 삼성의 ‘잃어버린 시간’은 얼마나 길어질까?

대구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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