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대표 ‘딸바보’들의 어린이날 사랑 고백

입력 2018-05-0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박용택-딸 박솔비양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한국프로야구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다. 1982년이나 지금이나 어린이날 아빠 엄마 손잡고 야구장 구경을 간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멋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선수들은 어린이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영웅이다. 그만큼 더 책임은 무겁다.

많은 선수들도 아빠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는 어린이날 쉴 수 없다. 그래서 더 아이들에게 애틋하다.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대표 ‘딸바보’들의 뭉클한 고백을 전한다.


● 박용택, 아빠 닮아 운동 잘하는 고마운 딸

LG 주장 박용택(39)에겐 자신과 꼭 닮은 12살의 외동딸 솔비가 있다. 어느덧 훌쩍 자라 제법 숙녀 티가 나는 솔비는 박용택의 보물이자 인생의 원동력이다. KBO 대표 ‘딸 바보’인 박용택은 평소 솔비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그는 3일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항상 딸 생각을 많이 한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아빠 박용택에겐 요즘 고민이 하나 있다. 딸의 진로 문제다. 아빠에게서 탁월한 신체조건과 훌륭한 운동 유전자를 물려받은 솔비가 골프에 푹 빠진 까닭이다. 귀한 딸이 험난한 프로선수의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아빠의 마음이다. 박용택은 “영상으로 골프 치는 걸 보니 기가 막히더라”면서도 “운동을 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용택의 소망은 그저 솔비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것뿐이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하나 더 있다. “평생 아빠한테 뽀뽀 해준다는 약속 꼭 지켜!”

두산 조쉬 린드블럼의 자녀들. 왼쪽부터 막내딸 먼로, 첫째딸 프레슬리, 아들 팔머. 사진제공 | 조쉬 린드블럼



● 린드블럼, 심장병 이겨낸 자랑스러운 딸 먼로

두산 외국인투수 조쉬 린드블럼(31)이 온 가족과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롯데에서 뛴 2015~2017시즌에는 막내딸 먼로가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아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했지만, 먼로가 건강을 되찾은 덕분에 올해는 다섯 명의 구성원이 한데 모여 지낸다. 이는 “가족은 내 전부”라고 강조하는 린드블럼에게 엄청난 에너지다. “먼로는 아주 건강하다. 5월 8일에 진료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데, 더 이상 큰 문제는 없어 다행이다. 처음에는 내가 미국인이다 보니 한국의 휴일인 어린이날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올해는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다.” 온 가족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린드블럼은 세 자녀를 키우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부모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받았던 사랑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주고 싶다”는 것이다. 세 자녀의 롤 모델이 돼야 한다는 철학도 확고하다. 그는 “아이들을 야구장에 데려올 때도, 내가 가족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관심을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SK 박정배 가족사진. 사진제공 | 박정배



● 박정배, 라커에 소중히 간직한 아이들의 편지

아이들에 관해 얘기하던 SK 마무리 박정배(35)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정배는 “눈물이 아니라 땀”이라고 해명(?)했다. 아버지에게 아이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존재일 것이다. 박정배는 딸 가율(10)이와 아들 태령(7)이의 아빠다.

박정배는 “항상 힘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원천이다. 그 자체로 좋기만 한 존재다.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잘 커주고 있다. 잘 키워줘서 아이 엄마한테도 고맙다”고 말했다.

박정배의 라커룸에는 편지가 한 장 붙어있다. “지난시즌 안 좋았을 때 딸이 보내준 것이다. ‘아빠 힘내세요. 그동안 충분히 잘해왔어요’라는 내용이다.” 흔들릴 때마다 편지는 용기를 준다. 아이들이 프로야구 선수인 아빠를 바깥에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선수생활을 더 오래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잡는다.

박정배는 어린이날에도 야구를 해야 한다.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못 보내는 대신 아기였을 때부터 모았던 사진과 영상을 시간 날 때, 챙겨볼 생각이다. 박정배는 “오랫동안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은 선수로 아빠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양현종(왼쪽)과 딸 지온양.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양현종, 딸을 보면 떠오르는 어머니

양현종(30·KIA)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에이스’다. 20대의 어린 나이부터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달고 다닌 선수다. 부담감이 클 만도 하지만, 그는 늘 중압감을 이겨내며 제 몫을 해냈다.

일찌감치 ‘아버지’라는 단어의 무게를 느낀 게 무엇보다 크다. 지난해 둘째를 득남한 그는 어느덧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둔 어엿한 가장이 됐다. ‘딸 바보’, ‘아들 바보’에 모두 해당되는 ‘자식 바보’인 셈이다. 가족을 위한 책임감이 스스로 크다 보니 다른 책임감의 무게는 그에게 너무나 가볍다.

양현종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나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이 커졌다. 또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볼수록 ‘아버지’라는 단어의 무게감 또한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서 보면 ‘우리 부모님이 나를 이렇게 키우셨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다. 같이 있을 때만이라도 아빠 역할을 하려 한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때문에 나는 내 ‘일’에서 더욱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야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KT 이해창(오른쪽)이 지난해 7월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 올스타전‘에 참가해 딸 봄(2)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 KT 위즈



● 이해창, 가난했던 2군 선수 아빠

이해창(31·KT)은 넥센에서 퓨처스리그를 전전하던 2014년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투명한 미래 탓에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태어났을 땐 변변한 산후조리원도 예약하기 힘들었다.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서울 시내에서 가장 저렴한 산후조리원을 찾아다녔다. 산부인과 비용도 부모님 지원을 받았다. 최저연봉인 2700만원을 받던 ‘봄이 아빠’ 이해창은 딸 봄(3)이에게 미안함을 먼저 느꼈다.

딸은 복덩이다. 봄이가 태어난 지 정확히 2주 뒤인 2015년 5월, 이해창은 KT 이적 후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됐다. 넥센 시절인 2011년 1군 무대를 밟은 게 끝이었으니 4년만이었다. 2016년부터는 1군 붙박이 멤버로 뛰고 있다. 그는 지난해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나서 봄이와 함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곳곳을 누볐다. 봄이는 KT 팬들 사이 스타다. 이해창은 “아이는 태어날 때 수저를 물고 태어난다고 하더라. 봄이가 내 수저까지 함께 물고 나와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롯데 브룩스 레일리(오른쪽)가 딸 레일린과 미국 자택 주변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제공 | 레일리



● 레일리, 손꼽아 기다리는 딸과의 영상통화

브룩스 레일리(30·롯데)는 기러기 남편이자 기러기 아빠다. 아내는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탓에 여름에 3개월 정도만 한국에 머문다. 결혼 4년만인 지난해 9월 얻은 첫 딸 레일린(1)과는 대만 스프링캠프 이후로 ‘생이별’ 중이다.

‘아빠’ 레일리의 가장 큰 변화는 먹을 것부터 행동, 관점 모두 아이 위주로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다. 철저한 루틴 주의자였던 레일리에게는 딸과의 영상통화가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아직 레일린은 레일리를 아빠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레일린은 영상통화 때면 매번 행복한 얼굴로 레일리에게 뭔가를 얘기한다. 행복해하는 화면 너머의 딸을 보며 힘을 내는 레일리다.

레일리는 2주 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내와 딸이 세 달 일정으로 한국에 오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어린이날 개념이 따로 없지만, 레일린이 한국에서 보내는 매일을 어린이날로 꾸며주고 싶은 레일리다. 부산의 명소, 특히 삼겹살집에 데려가겠다는 레일리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스포츠동아 스포츠부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