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tvN, 즐거움엔 끝이 없다? 먹다 지쳐 채널 돌릴 판

입력 2018-05-04 0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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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즐거움엔 끝이 없다? 먹다 지쳐 채널 돌릴 판

음식도 다양하고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도 다양하다. 음식 전문 채널을 뺨치는 tvN의 이야기다. tvN은 최근 푸드·라이프스타일 전문 채널을 표방하는 올리브 못지않은 예능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상황과 설정만 다를 뿐, ‘먹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먼저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전면에 내세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펼치는 ‘먹방’(먹는 방송)이다. 백종원이 세계 방방곡곡 숨겨진 길거리 음식을 찾아 떠나는 과정을 그린다. ‘백종원의 미식 방랑기’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백종원이 세계 각 도시의 맛집을 소개하며 음식에 얽힌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제작진의 그럴싸한 프로그램 설명이다. 그러나 실상은 시작부터 끝까지 백종원의 먹는 모습과 그의 음식평이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이는 tvN의 ‘식(食) 예능’ 퍼레이드의 시작점이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부터 포만감을 넘치는 심야시간을 알린다. 잠자리에 쓸데 없는 ‘소화 불량’ 시청시간을 예고한다.



이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배턴을 이어받은 ‘현지에서 먹힐까?’ 역시 외형은 각 나라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셰프가 현지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홍석천, 이민우, 여진구가 푸드트럭을 타고 태국 요리를 선보이며 태국 전역을 일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쿡방’(요리 방송), ‘먹방’에 집중한다. 푸드트럭을 운영한다는 거창한 표현만 있을 뿐, 멤버들의 일상에 보여지는 ‘먹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심야시간의 ‘킬링 타임’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전날도, 그 다음날에도 먹기 바쁜 프로그램의 연속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수요일은 어떨까. 이름부터 ‘수요미식회’이다. ‘진짜 맛집’을 찾아 출연진이 맛평가, 가야 하는 이유 등을 몇년째 늘어놓고 있다. ‘진짜 맛집’을 알려 준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수년째 이어져 온 프로그램으로 인한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도보를 방해하는 ‘줄을 서시오’ 인파는 호기심만큼 불편함을 자아낸다. 월요일부터 이어진 ‘먹방’의 연속이라는 점은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물론 보는 사람의 침샘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이 보여주는 ‘일방통행 먹부림(먹다+몸부림) 편성’은 채널이 추구하는 다양성을 침해하고 있다.



술과 토크를 주제로 한 목요일 밤 편성된 ‘인생술집’도 마찬가지다. 또 먹기 바쁜 토크가 펼쳐진다. 토크를 해야 먹을 수 있고, 술에 적절한 안주를 얻기 위해 출연자들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이야기를 위한 소재인지, 먹기 위한 토크인지 헷갈리는 대목이 종종 벌어진다. 인생을 이야기 하지만 술과 안주로 부작용은 많다. 특히 술이라는 소재는 시청 등급을 수차례 지적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tvN은 먹고 마시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또 노래와 여행을 주 콘텐츠로 하는 프로그램도 똑같은 패턴이다. 음식을 획득하기 위해 노래 가사를 맞히는 ‘놀라운 토요일’이나, ‘식도락’이 빠질 수 없는 ‘짠내투어’도 ‘tvN 먹부림’에 힘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선보이는 ‘식량일기’와 ‘풀 뜯어먹는 소리’ 역시 먹는데 일조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자급자족이라는 콘셉트를 배경으로 음식을 만들고, 식재료를 재배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야말로 먹기 위해 애쓰는 tvN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관계자는 “트렌드를 리드한다는 tvN이었다. 때론 거침없고, 무모해도 볼 만 했던 콘텐츠는 사라지고 있다. 그저 먹는데 바쁜 콘텐츠가 ‘tvN 예능’이라는 타이틀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하는데,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쿡방’, ‘먹방’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다만 빤한 소재라도 가공하는 방식과 사람에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조절이 필요하다. tvN에는 그런 조절 기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쏟아지는 ‘먹방’, ‘쿡방’ 콘텐츠에 선두가 되기보다 새로운 재미를 찾아 고민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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