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김호영 “위로와 용기가 필요할 때 다가온 ‘라만차’”

입력 2018-05-22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뮤지컬 배우 김호영이 2015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산초’ 역을 처음 맡았을 때는 ‘호이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무대 위에 돈키호테가 자신에게 ‘임파서블 드림 Impossible Dream)’을 불러주는 것처럼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은 여전히 그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오지만 더불어 배우로서 맞게 가고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배우 생활 17년차 김호영에게 ‘맨 오브 라만차’는 ‘나침반’과 도 같았다.

“최근에 제가 어느 분야에서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역할이 크고 작음을 떠나 제가 좋으면 했고 사업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을 했는데 이게 오히려 스스로를 애매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을 시작하며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일까’, ‘난 지금 어느 정도에 와 있지?’를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위로와 용기가 필요할 시기에 만난 것이 ‘맨 오브 라만차’였던 것 같아요.”

전작 ‘킹키부츠’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를 하게 된 그는 “두 작품이 분위기는 다르지만 모두 ‘꿈’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고 ‘있는 그대로를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걱정이 가득했던 종지부 찍고 싶었다. 마음이 회복되고 용기를 얻자는 생각을 하며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역시 작품은 제게 힘을 줘요. 무대에서는 산초로 서 있지만 배우들이 뱉는 대사는 제가, 김호영이 듣는 거니까요.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그래, 지금 뭐라도 하고 있으면 더 나아지는 거다. 내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에너지를 얻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죠.”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와 ‘산초’의 연기호흡이 극의 분위기를 바꿀 만큼 중요하다. 특히 산초는 돈키호테의 뗄 수 없는 짝꿍이며 극의 양념을 톡톡히 하는 인물이다. 관객들에게 가장 웃음을 선사하는 곳 역시 산초가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호영은 “풍자와 해학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작품이라 그걸 정확하게 심어주고 가려면 돈키호테와 산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산초는 돈키호테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잖아요. ‘그냥 좋으니까~’라고 노래하는 것처럼 맹목적으로 따르죠. 무대 위에서 제가 돈키호테를 믿고 따르는 눈빛, 시선, 행동 모두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적으로 뒤에서 보살피고 내조를 해야 제대로 된 ‘돈키호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습 때 말고도 평상시에도 정말 산초가 된 것처럼 살았어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 그 감정이 연장돼서 ‘돈키호테’들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김호영은 ‘돈키호테’ 역을 맡은 오만석과 홍광호와 함께 연기호흡을 펼치고 있다. 그는 “두 사람의 ‘돈키호테’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홍광호는 반하게 하는 ‘돈키호테’라면 오만석은 보살피고 싶은 ‘돈키호테’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홍광호와 처음 같은 작품을 하게 됐어요. 이미 했던 적이 있기도 했고 워낙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잖아요. 역시 ‘척’하면 ‘척’이더라고요. 정말 이 사람이 날 믿어주고 있다는 걸 무대에서 확 느껴요. 제가 홍광호에게 ‘심쿵’했던 적이 있어요.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로 분장을 할 때 제가 옆에서 도와주잖아요. 분장을 마치고 돈키호테로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할 때 마치 ‘준비됐지, 친구?’라고 하는 것처럼 윙크를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어머, 얘가 이런 것도 할 줄 아네?’라고 생각했어요. 광호와 공연하는 날은 정말 신이나요.”


“(오)만석 형은 정말 보살펴줘야 하는 진짜 ‘돈키호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로는 굉장히 리더십이 있다고 했는데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하더라고요. 형이 분장을 마치면 진짜 스페인 할아버지가 서 있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보면 정말 보살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요. 연습할 때 만날 ‘난 재능이 없어!’라고 자책했어요. 사실 대사도 많기 때문에 부담감이 클 수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뒤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진짜!’라고 응원하죠. 형은 한탄하지만 볼 때는 너무 잘해요. 아무래도 연출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도 남달라요.”

‘맨 오브 라만차’는 현실과 이상을 모두 다루는 작품이다. 삶에서는 현실과 이상을 명확한 선으로 그을 수 없으며 어느 쪽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세상에서 김호영은 어떤 관점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그는 “제가 워낙 긍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많이 비춰졌기 때문에 걱정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하지만 나 역시 슬럼프를 겪고 있고 30대가 걱정하고 있는 것, 선배들이 고민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세상에는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다. 단지 내 고민이 가장 크게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과 현실에 있어서 이상을 쫓아가며 찾아오는 현실적인 부분들에 충실히 살다보면 내가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 인터뷰에도 말했듯이 저는 저를 브랜드화 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사업도 하고 홈쇼핑도 하고 트로트 앨범도 내고 뷰티나 패션 등도 관심을 갖고 있고요. 뮤지컬·연극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참여를 하고요.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도전해보고 안 되는 것은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패를 하며 실망되고 자책도 되지만 그것도 제 능력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현실에 과감히 부딪히면서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라보는 거죠. 다쳐보기도 해야 주의도 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김호영은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가는 관객들이 지친 삶에서 위로를 건지고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배우로서 수많은 갈림길에 섰을 때 위로를 받았던 작품이다”라며 “상황은 각기 다르게 살지만 모두 용기와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제가 ‘치유 씨유’라는 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을 모아두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쪽지에 적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준 다음 그 상대방이 그 말을 해주는 거였어요. 그런데 쪽지에 적힌 말들은 ‘너 최고야’, ‘너 지금 잘 하고 있어’ 등 용기나 위로의 말들이었어요. 거기서 느낀 건 내가 듣고 싶어 했던 말은 상대방도 듣고 싶은 말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솔직히 우리가 살면서 용기를 내 결정을 할 때 확인하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게 우리 ‘맨 오브 라만차’ 인 것 같아요. 실의에 빠져 있거나, 혹은 누군가가 실의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셨으면 함께 공연 보시고 위로 받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②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오픈리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