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서 타점 기계로…경기고 박승규의 변신

입력 2018-05-27 17: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기고 박승규가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중앙고전을 마친 뒤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고 3번타자 박승규(18)의 화려한 변신에는 1년여 간 흘린 구슬땀이 새겨져있다.


박승규는 2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중앙고와의 16강전에서 3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 활약으로 10-2, 7회 콜드게임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만 벌써 8타점이다. 25일 상우고와의 첫 경기에서 5타점을 쓸어 담은 박승규의 방망이는 상대투수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뜨거웠다.


올해 3학년인 박승규는 본래 투수 출신이다.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2학년 초 타자로 전향했다. 경기고 신현성 감독 역시 평소 박승규의 타격 재능을 눈여겨봐둔 터였다. 그러나 박승규의 눈앞은 캄캄했다. 박승규는 “투수를 하다가 갑자기 야수를 하려니 막막했다. 아이들보다 뒤처졌다. 수비는 자신이 있었지만 방망이에서 자신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그날의 선택은 오늘을 있게 했다.


박승규는 3할 타자 일색인 경기고에서도 당당히 중심타순을 맡고 있다. 중앙고전에서도 3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1회 좌전 안타를 뽑아내 팀 공격의 혈을 뚫었다. 뒤이어 후속타로 홈까지 밟아 팀의 선취점을 장식했다. 3회 상대 선발 김지형이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볼넷을 골라내 득점으로 올렸던 박승규는 승리의 쐐기타까지 터뜨렸다. 7-2로 앞선 6회 2사 만루 찬스에서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적시 3루타로 앞선 3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경기고는 덕분에 7회 콜드게임으로 일찌감치 승부를 마쳤다.


신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박승규는 “야구에 미쳐있는 아이”다. 밤 11시가 훌쩍 넘어서도 신 감독에게 자신의 타격 영상을 찍어 보내며 “폼 좀 봐 달라”고 한다. 당돌하다. 야구를 향한 제자의 열정에 신 감독도 두 손 두발을 다 들었다. 늦은 밤 반쯤 감긴 눈을 비벼가며 영상을 들여다봐주곤 한다.


최근 LG 외야수 이형종의 활약도 박승규에는 좋은 자극제다. 이형종 역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지만, 3할 타율을 자랑하며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승규는 “프로에서도 경쟁력 있는 타자가 된 것이 정말 멋있다. 나도 이형종 선수처럼 실전에서 과감하게 임하는 편이다.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 팀이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목동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