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둥이’를 막아라? 러시아 달군 성관계 금지 논란

입력 2018-06-20 15: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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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이 개막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대회 기간, 31개국의 혈기왕성한 손님들이 러시아를 방문한다. 능력만 된다면 사랑을 나누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과연 이들의 뜻을 제지할 수 있을까?

야권인 러시아공산당 소속의 7선 의원이자 하원 가족·여성·아동위원회의 위원장인 타마라 플레트뇨바 의원은 월드컵 시즌에 맞춰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여성들은 유색인종 외국인과 성관계를 갖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나름의 근거도 있다. 러시아는 1980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때 생긴 ‘올림픽 아이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구소련 시절이던 당시만 해도 피임이 보편적이지 않았다. 러시아 여성과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외국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들이 차별로 고통 받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당장 러시아만 놓고 봐도 150여 개 민족이 모여 산다. 플레트뇨바 의원은 “민족은 중요하지 않지만 러시아 국적 사람들이 훌륭한 가정을 이루고 다정하게 살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러시아도 우리나라처럼 저출산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젊은층 가구에 64억 파운드(약 9조3000억 원)를 쏟아 붓는 등 출산 장려에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 플레트뇨바 의원의 발언이 달가울 리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공보비서를 통해 “러시아 여성들은 성관계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만큼 현명하다. 대회 기간 내내 자유롭게 성관계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남녀의 뜨거운 밤을 제지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는 모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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