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우리도 확률게임을 한다” 경우의 수를 향한 독일의 솔직 시선

입력 2018-06-27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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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경우의 수’다.


2018러시아월드컵도 예외는 아니었다. 27일(한국시간) 일제히 3차전이 열리는 조별리그 F조에서 두 장의 16강 진출을 놓고 모든 팀들이 얽히고 설켰다. 특히 우린 스웨덴~멕시코에 전부 패하고도 실낱같은 확률 게임에 돌입했다.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을 만난 한국이 이길 경우,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같은 시각 진행된 경기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으면 골 득실과 다 득점 등을 따져 우리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독일과 2차전에서 역전패한 뒤 스웨덴 얀 안데르손 감독이 “오늘 패배로 4개국에 전부 기회가 제공 됐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이유다. 지극히 희박했어도 2% 가능성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반면 국내 일각에서는 “‘경우의 수’는 지겹다. 언제까지 우리가 희박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희망고문을 받아야 하냐”고 비판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강호라고 해서 조별리그를 치를 때 항상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한 경기라도 꼬여버리면 다양한 확률을 놓고 고민에 빠지는 당연한 구조다.


4년 전 브라질대회에서 정상에 선 독일도 불안하고 초조한 심경으로 우리와의 일전을 기다려야 했다. 키커와 빌트 등 독일 매체들도 “한국전 결과에 따라 토너먼트행이 좌절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렇지만 “‘경우의 수’ 탓에 자존심이 상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카잔 아레나 SMC(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독일 기자들도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경우의 수’에 최대한 어울리는 단어(probability-확률)를 언급하자 독일방송사의 여성 리포터는 “정말 대단한 팀이라도 세 경기를 치르는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 보도에도 ‘확률’은 자주 거론되는 편”이라며 웃었다.


결국 ‘경우의 수’에 처했다는 걸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고, 창피스러운 상황도 아니다. 매 대회 때마다 절대다수의 국가들이 한국축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다.


카잔(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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