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구를 통해 본 북한 사회와 분위기

입력 2018-07-05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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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일농구 경기 시작 전 ‘평화’팀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북 화합의 무대 통일농구가 막을 내렸다. 4일 남북의 남녀 선수 6명씩 평화팀과 번영팀을 꾸려 함께 호흡을 이룬데 이어 5일에는 남북 대표팀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통일농구 취재를 평양을 방문중인 공동취재단의 눈을 통해 경기장 안팎의 현지 분위기를 살펴봤다.


● 달라진 평양 시내 풍경


평양시 곳곳에 설치된 선전문구와 선전화 가운데 반미구호가 많이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일심단결’, ‘계속혁신 계속전진’, ‘만리마 속도 창조’,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등 내부결속을 다지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평양 시내 거리에 대형 간판식 선전구호도 줄어든 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평양 방문 경험이 있는 우리 정부 관계자는 “북한 선전물의 숫자도 크게 줄었지만 반미 관련 내용은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준비했지만 사용하지 못한 아이돌 그룹 응원곡


KBL리그에서 이름난 장내 아나운서인 박종민씨는 통일농구가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도 마이크를 잡았다. 북측이 경기를 진행할 장내 아나운서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오면서 그는 방북 하루 전 급히 명단에 포함됐다. KBL리그에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사이사이에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틀곤 한 박 씨는 남측 아이돌 그룹의 노래 30곡 정도를 준비해 평양으로 갔다. 통일농구에서도 마찬가지로 경기 중간에 틀어 관중들의 흥을 유도하기 위함이었지만 북측에서 “틀지 말아 달라”고 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여자 농구대표팀이 숙소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 고려호텔 상점 눈길


방북단의 숙소인 고려호텔 상점에는 북에서 생산된 화장품 식료품 가방 기념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일제 식료품을 비롯해 누텔라, 펩시 다이어트 등 외국 상품도 눈에 띄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가방도 진열돼 있었다. 상점 내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명품 브랜드 향수와 화장품 다수 판매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격은 한국 돈으로 환산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 평양에서 서울로 직접 통화 가능


북측은 농구경기가 열리는 류경정주영체육관에도 간이로 프레스센터를 설치해 남측 취재진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도와줬다. 프레스센터는 경기장 안에 있는 것은 아니어서 기자들이 경기장 코트 가장자리에 마련된 자리에서 상황을 보다가 밖으로 나가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취재편의를 위해 회담본부 상황실로 바로 연결되는 직통전화와 서울로 연결되는 별도 전화를 놔주기도 했다. 남측 취재진 중 한 명이 서울에 거주하는 아내의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극적인 통화’를 하기도 했다. 통화 음질도 깨끗했다.


● 문재인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한 질의도


북측 인사들은 남측 기자들에게 다양한 내용에 대해 질의를 하기도 했다. 딱딱한 질문보다는 서울 시내 집값, 기자들의 결혼 여부 등 부드러운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묻기도 했다. “몸살이 나셨다는데 많이 안 좋으신거냐“, ”근데 왜 그렇게 되신거냐“ 등 관심을 보였다.


남측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려호텔의 쟁반국수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호텔 직원에게 ”육수에 뭘 넣고 만든거냐“고 물으니 ”식당 비밀입네다“라고 대답하며 웃어 보였다.


평양 | 공동취재단·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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