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아내들의 특별한 헌신

입력 2018-07-0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류중일 감독(위쪽)과 부인 배태연씨. 스포츠동아DB

20대 후반에 억대 연봉을 받는 남자. 계속 승승장구하면 마흔이 되기 전 수십 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능력자. 당연히 1등 신랑감으로 보인다. 그러나 3월부터 10월까지 휴일은 월요일 단 하루. 12월~1월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지만 2월은 한 달 동안 해외에 나가 있어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도 절반은 집에서 잘 수 없다. 큰 부상이라도 당하면 당장 내년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 갑자기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이 직업은 프로야구 선수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연수 중인 이호준 NC 코치의 아내 홍연실씨는 현역 시절 늦은 밤 경기가 끝나고 돌아올 남편의 저녁상을 차렸다. 이 코치는 “야구선수 부모님들은 대부분 운동 전문가가 된다. 식단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 아버지가 아내에게 저녁상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라고 하신 날도 많다. 조언을 해주시려는 의미지만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현역 시절 아직 고액 연봉자가 되기 전 결혼한 홍연실씨는 아이 셋과 함께 야구장에서 남편을 응원한 뒤 주변 좌석까지 돌며 쓰레기를 최대한 다 담아 돌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LG 류중일 감독은 성공한 야구인이다. 선수 때도 스타플레이였고 삼성에 이어 LG 사령탑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도 맞벌이 부부다. 아내 배태연씨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애처가인 류 감독은 “우리 때는 프리에이전트(FA)가 없었다. 은퇴시기도 빨랐다. 어른(부모님)들도 계시고 다른 가족까지 챙기느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는 말을 사석에서 종종 털어놓는다. 경제적으로 모든 야구 선수들이 풍족한 것은 아니다. 뒷바라지한 부모님은 물론 형제들을 챙겨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 류 감독은 ‘부자’가 됐지만 아내는 학원을 계속 운영하며 더 든든한 내조를 계속하고 있다.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환은 유일한 휴일인 월요일 잠실구장에 출근해 실내 훈련을 한다. 세 명의 아이들이 항상 눈에 아른거리지만 “저녁 때 더 열심히 놀아주세요”라는 아내의 응원 속에 집을 나선다. 김재환은 “홀로 아이를 키우느라 아내가 힘들지만 월요일에 훈련하면 리듬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이해하며 ‘걱정 말라’고 한다.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