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민우혁 “깜짝스타라고요? 음지생활만 20년이죠”

입력 2018-07-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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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민우혁이 ‘프랑켄슈타인’에서 자신의 첫 타이틀 롤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아 무대에서 감동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사진제공|큐로홀딩스컬처사업부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빅터’ 민우혁

뮤지컬 데뷔 4년 만에 정상급 배우
무명 야구선수 10년, 무명가수 10년…
운명 같은 무대 위해 돌고 돌아왔죠


“과연…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그아…!”

인터뷰를 하다 말고 민우혁 배우가 연기를 해 보였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빅터의 대사입니다. 왕용범 연출은 민우혁 배우에게 “옆에서 봤을 때 오싹할 정도의 열정을 지닌 빅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섬뜩한 광기를 지닌 민우혁만의 빅터가 완성되었습니다.

민우혁 배우를 서울 광화문 스포츠동아 인터뷰실에서 만났습니다. 187cm 훤칠한 키의 미남이 신문사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오는데 흔히 말하는 ‘연예인 몸매’하고는 다른 건강한 남성미가 물씬물씬.

그도 그럴 것이 민우혁 배우는 야구선수 출신입니다. 취미가 아니라 프로선수를 꿈꿨던 ‘선출(선수출신)’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스무 살까지 야구를 했고 포지션은 투수였어요. 고등학교 시절 부상을 당해 2년이나 경기에 나가지 못하다가 졸업 후에는 LG 트윈스 연습생 생활을 했습니다.”

민우혁 배우는 2013년 ‘젊음의 행진’을 통해 뮤지컬에 데뷔했습니다. 이후 ‘김종욱찾기’, ‘풀하우스’, ‘총각네 야채가게’,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레미제라블’, ‘아이다’, ‘위키드’, ‘벤허’,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작품에 잇달아 출연하며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프랑켄슈타인’에서 자신의 첫 타이틀 롤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민우혁. 사진제공|쇼온컴퍼니


데뷔 4년 만에 정상급 뮤지컬 배우가 돼 그를 ‘신데렐라 오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은 그에게도 길고 어두운 무명시절이 있었습니다. 배우 이전에 가수로 먼저 데뷔(2003년)했으니 무명가수 생활이 10년입니다. 김희선, 고수가 출연한 SBS 드라마 ‘요조숙녀(2003)’ OST의 타이틀곡을 부른 가수가 바로 민우혁이었다는 사실. “TV에만 나오면 다 성공하는 줄 알았다”는 민우혁 배우의 웃음이 씁쓸해 보입니다.

그는 “뮤지컬을 해보니 정말 적성에 딱 맞았다”라고 했습니다. 야구선수할 때의 단체생활과 뮤지컬 연습실 분위기가 너무 닮았더라는 얘기였습니다. 반면 가수생활을 할 때는 지독하게 외로웠답니다. 운동장 외야에서 수비연습을 하면서도 밴드부 연습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민우혁이었지만 오로지 홀로 버텨야 하는 가수생활에 지쳐 군 입대를 해버렸을 정도였으니까요. “뮤지컬을 하면서 야구선수 시절의 끈끈한 동료애를 다시 경험할 수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야구 10년, 가수 10년. 이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 뮤지컬을 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과정이 아니었나 싶어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민우혁 배우에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의 답은 늘 똑같습니다. 자신은 뮤지컬을 처음 접하자마자 뮤지컬과 무대와 관객과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사랑을 하기 위한 노력은 노력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어느새 노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가치가 있는 꿈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을 믿고 꿈을 사랑하세요. 그러다보면, 그렇게 될 겁니다.”

야구선수 10년, 가수 10년. 도합 20년 무명인생 끝에 뮤지컬 배우로 성공한 남자의 조언이니 귀 기울여볼 만하지 않을까요. 민우혁 빅터의 ‘용이 불을 토하는 연기’는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8월26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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