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준우승한 크로아티아, 진하게 남은 투혼과 감동

입력 2018-07-16 1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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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 일정을 2위로 마무리한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은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무대다. 특히 정상을 가리는 결승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눈물을 흘린다. 같은 눈물이지만 의미는 다르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무대인만큼 승자는 환희와 감동이 섞인 눈물, 패자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


크로아티아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의 벽에 막혀 2-4로 패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원했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한 채 첫 월드컵 결승 진출에 의미를 두는 데에 만족하게 됐지만, 크로아티아는 매 경기 사력을 다하는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당초 크로아티아가 결승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와 함께 죽음의 D조에 속해 조별리그 통과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의 경기력도 좋지 않아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즐라트코 다리치(52) 감독이 부임한지도 1년이 채 안된 팀이었기 때문에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승부에 ‘절대’란 없는 법이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으며 16강전 덴마크, 8강 러시아, 4강 잉글랜드와는 매 경기 연장 승부를 펼쳤다. 덴마크와 러시아를 상대로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그로 인해 결승전에서 체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프랑스를 맞아 혼신의 힘을 다했다. 2-4로 패색이 짙은 후반 막판 온힘을 짜내 보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다리치 감독은 결승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슬프지만 우리가 해낸 일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결승전에서는 선수만 주목받은 게 아니다. 크로아티아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8강전부터 자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현장을 찾아 응원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결승전을 앞두고 영상을 통해 “크로아티아의 자부심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기도 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도 어김없이 크로아티아의 체크무니 유니폼을 입고 응원한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 때는 굵은 빗방울을 다 맞으면서도 자국 선수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치고 포옹하며 위로했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잘했다. 역사를 만든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끊임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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