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케냐 특급’ 에루페, 특별귀화 눈앞…韓 마라톤 패러다임 바꿀까

입력 2018-07-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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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달고 싶어요!’ 케냐 출신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특별 귀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7일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에루페의 특별귀화를 통과시켰다. 이제 법무부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에루페가 태극기가 새겨진 장신구를 가리키며 미소 짓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서울국제마라톤이 낳은 케냐 출신의 최고 스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청양군청)의 특별 귀화가 눈앞이다.

스포츠동아의 취재 결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에루페의 특별귀화 추천 심의위원회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참석위원 13명이 격론을 펼쳤고 찬성 7명, 반대 6명의 근소한 차이로 그의 특별귀화 추천이 가결됐다. 체육분야 우수인재 자격으로 대한체육회의 특별귀화 추천을 받은 에루페는 이제 법무부 국적심사위원회의 승인만 남겨뒀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농구), 맷 달튼(아이스하키) 등 최근 특별귀화 추천자들이 법무부 승인을 어렵지 않게 받아왔기 때문에 에루페의 귀화 확정도 순탄할 전망이다.

‘케냐 특급’ 에루페는 지난 3월 열린 2018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6분57초로 월계관을 썼다. 에루페는 귀화가 확정된다면 이봉주 이후 뒷걸음질 중인 한국 마라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적임자다. 스포츠동아DB


에루페는 서울국제마라톤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지난 3월 열린 2018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6분57초로 월계관을 썼다. 에루페가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우승한 것은 올해가 네 번째다. 서울국제마라톤은 국제육상경기연맹에서 공인하는 국내 유일의 ‘골드라벨’ 대회다. 에루페의 자질만큼은 이미 검증이 끝난 지 오래다.

그의 귀화는 2015년부터 꾸준히 논의됐다. 에루페는 2016리우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기 위해 귀화를 신청했다. 그러나 2016년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 결과는 부결이었다. 2013년 금지약물 검출로 국제육상경기연맹의 2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에루페는 “말라리아 치료 주사 때문”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루페는 그러나 한국 국적 획득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청양군 체육회 소속인 그는 2017년 충남도지사 명의의 추천서를 법무부에 다시 제출했고, 이후 그의 귀화 여부는 한국 육상계의 큰 관심사였다.


한국 마라톤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7분20초로 18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2016리우올림픽 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은 손명준(22·삼성전자 육상단)의 2시간36분21초였다. 최고기록 2시간5분13초의 에루페가 특별귀화에 성공한다면 2020도쿄올림픽 출전권은 사실상 예약이다. 뒷걸음질치던 한국 마라톤 기록이 그의 발에서 다시 쓰일 수 있다. 에루페가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국제대회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한국 마라톤의 위상도 단번에 올라갈 수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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