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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상조업체 두 곳 수사의뢰
채권보전 없이 회사자금 15억 대여
“선수금 부정 사용…고객 피해 우려”
결국 이번에도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었다. 일부 상조사 대표들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고객이 맡긴 선수금을 대표이사 임의로 사용한 상조회사 두 곳에 대해 경찰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상조회사 소비자들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줘야할 돈을 임의로 대출해주거나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다.
공정거리위원회에 따르면 A업체의 경우 대표이사가 아무런 채권보전조치 없이 법인 명의로 자신에게 회사자금 약 15억원을 대여했다. 이와 관련해 해약환급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여러 번 주의를 받았지만 묵살했다. 또한 주주인 전 대표이사에게도 18억원을 채권보전조치없이 빌려주고 이를 전액 ‘회수불가능’한 채권으로 설정했다.
B업체는 대표이사가 시중에서 월 수백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회원관리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며 자신이 대표인 전산개발업체에 48억원 상당을 지불했다. 이 상조업체는 회계감사보고서에 단기대여금 2억원 감소라고 하고서 정작 상환은 누락시켜 회사자금을 외부로 유출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상조업체 대표이사들의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22일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행법상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취득한 이득이 5억원을 초과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해당 상조회사의 대표들은 3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상조회사가 고객 선수금을 불법으로 사용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인 2015년에도 비슷한 혐의로 여러 상조회사들이 수사를 받아 형사처벌을 받았다. 당시 소비자 선수금으로 구입한 168억원대 부동산을 본인이 설립한 의료법인에 무상 증여한 회사 대표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2016년에는 상조업체 대표가 본인이 설립한 회사에 채권보전조치를 하지 않고 선수금 15억 원을 대여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강화된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일부 업체가 선수금을 부정하게 사용할 유인이 높다며 상조업 종사자들에 경각심을 심어 주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