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현실을 담은 영화’로 주목받는 ‘아수라’의 한 장면. 극중 황정민(왼쪽)은 조폭을 등에 업은 수도권 도시의 시장을 맡았고, 정우성(가운데)은 그의 뒤를 봐주는 경찰, 곽도원(오른쪽)은 시장의 비리를 캐는 검사로 출연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성남 지사·시장 커넥션 의혹 제기 후
2년 전 개봉한 ‘아수라’ 다운로드 1위
영화 속 장면서 연관성 찾기 확산 조짐
극적인 상상력이 낳은 우연의 일치일까, 섬뜩한 예견일까. 2년 전 개봉한 영화 ‘아수라’가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온라인 다운로드 순위가 급등하는 한편 실화를 옮긴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받고 있다.
‘아수라’(감독 김성수·제작 사나이픽처스)가 화제가 된 배경은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의혹 때문이다. 21일 방송에서 경기도 성남시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와 경찰 그리고 정치인의 커넥션을 폭로했고, 이를 통해 성남국제마피아라는 조직과 이재명 경기지사, 은수미 성남시장이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여론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 내용과 빼닮은 영화 ‘아수라’가 단연 화제다. 방송 다음날인 22일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인 네이버N스토어(이하 동일기준)에서 일일 순위가 3위까지 치솟았다. 2016년 9월 개봉작이란 점을 고려하면 방송 후폭풍이 고스란히 ‘아수라’로 향하는 사실이 드러난다. 관심은 23일까지 지속됐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실시간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아수라’는 수도권 근교 중소도시 ‘안남시’가 배경이다. 조직폭력배를 등에 업은 시장(황정민)과 그의 뒷일을 처리하는 형사(정우성), 이들의 약점을 노려 시장의 비리를 캐는 검사(곽도원), 그리고 시장의 하수인이 된 전직 형사(주지훈)가 한데 엮여 물고 물리는 이야기다. 영화는 악인은 도처에 널려있다는 설정 아래, 모든 등장인물을 악인으로 묘사한다. 개봉 당시 ‘안남시’라는 지역이 안산시와 성남시의 이름을 합한 설정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시장 역의 황정민이 ‘안남을 제2의 분당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는 장면은 이런 시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단순히 해석의 여지로 남았던 이런 반응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거침없이 확산되는 상황. 영화에서 스쳐지나가는 장면에 담긴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가령 장례식 장면 근조화환에 쓰인 ‘경원대학교’ ‘민주연합’ ‘인권연구소’ 등 단어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직접 연관된 키워드라는 해석에 누리꾼은 크게 호응한다. 제작진이 영화 말미 ‘작품 속 인물, 지명, 에피소드는 허구의 창작물’이라며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어도 이는 우연’이라고 명시한 이유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영화의 ‘현실 예언’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 역시 허구이지만 2015년 개봉 이후 영화 속 주요 에피소드와 닮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 주목받았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자 영화와 현실을 비교하는 ‘내부자들 현실화 목록’이라는 이름의 글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