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백의종군을 택한 한국배구의 전설 강만수 전 감독

입력 2018-07-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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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신임 KOVO 유소년육성위원장. 스포츠동아DB

KOVO 조원태 총재 체제 제2기 경기운영 집행부 인선 확정
유소년 육성위원장 된 강만수 전 감독의 아래로부터의 헌신 기대 크다
어린 대표팀 선수가 마음 편히 훈련할 장소를 만들어주지 못한 아쉬운 현실
AVC컵 출전 대표팀을 위해 손을 내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배려
계약분쟁에 휘말린 시몬, 이미 결혼도 했어?


한국배구연맹(KOVO) 조원태 총재 체제의 제2기 경기운영 집행부가 완성됐다. 6월 이사회에서 결정된 조직개편에 따라 기존의 경기위원장과 심판위원장을 통합한 경기운영위원장으로 내정된 조영호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경기실장으로 문용관 전 KB손해보험 감독을, 심판실장으로 김영일 국제심판을 선임했다. 또 한국배구 100년 대계를 책임질 유소년육성위원장으로는 강만수 전 우리카드 감독이 결정됐다. 조원태 총재의 결재도 받았다. 세 사람은 19일 서울 상암동 KOVO 사무실을 방문, 신임인사를 했다.


● 한국배구의 레전드 강만수 전 감독의 아래로부터의 헌신

KOVO는 25일 이사간담회에서 사무국 개편과 함께 조직개편 내용과 인사를 서면으로 보고한 뒤 공식 발표한다. 그동안 많은 배구인들의 관심사였던 인선을 놓고 수많은 소문이 나돌았다. 조영호 신임 통합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조언을 듣고 사람을 만났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면서 배구계의 인재풀이 많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강만수 전 감독의 역할이다.

전국의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교장선생님에게 배구단 창단을 권유하고 꿈나무 발굴을 위해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는 등 밑에서부터 헌신하는 자리에 전설의 스타가 백의종군의 자세로 나설 예정이어서 성과를 기대한다.

V리그 사령탑을 거친 뒤 쉬고 계신 많은 감독들도 이번 기회에 유소년 꿈나무 발굴에 함께하기를 부탁드린다. 풀뿌리 배구계를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들은 “갈수록 선수가 없다. 미래의 재목은 보이지 않고 대부분 학교의 선수들이 살빼기를 위해 배구를 한다. 그나마 이런 선수라도 없으면 팀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타고난 운동감각은 물론이고 체격조건도 필요한 종목의 특성상 어린 학생들에게 배구의 진입장벽은 높다. 이때 TV에서 자주 보던 유명한 감독들이 나서준다면 벽은 낮아질 수도 있다.

유소년 발굴은 그동안 자신을 키워준 배구계에 은혜를 갚는 길이기도 하다. 전북 고창 흥덕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과 즐겁게 지내는 이성희 전 KT&G 감독처럼 많은 V리그 출신 감독들의 아래로부터의 헌신을 기대한다.


● 빡빡한 훈련지원비 사정을 알고 흔쾌히 손을 내밀어준 현대캐피탈

지금 배구는 국제대회 시즌이다. 남녀 대표팀은 8월 18일부터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V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대표팀의 국제대회 호성적은 필요하다. 대표팀 지원에는 한국배구연맹과 대한배구협회의 구분이 없다. 모두가 배구발전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은 21일 바레인에서 개막한 제19회 아시아청소년남자U-20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강성형 전 KB손해보험 감독이 지휘하는 선수단은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훈련하다 현지로 떠났다. 어린 대표 선수들에게 마음 편히 훈련할 장소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행히 한국 남자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열심히 응원을 부탁드린다.

8월 8일부터 15일까지는 대만에서 AVC컵 대회가 열린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남자 국가대표 1진이 참가할 수 없어 사실상 2진이 출전한다. 28일 소집되는 AVC컵 대표선수들은 30일부터 천안 현대캐피탈의 훈련장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당초 화성에서 훈련할 예정이었는데 현대캐피탈에서 합동훈련을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대한배구협회는 12명의 선수와 스태프 등이 대만으로 떠나기 전까지 훈련하는 비용으로 12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 액수로는 제대로 된 숙소는 물론이고 식사의 질도 떨어질 것을 걱정한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박희상 대표팀 감독에게 함께 훈련하자고 제의했다.

대표팀은 천안 현대캐피탈 훈련장의 코트를 나눠서 쓰고 식사비용은 실비만 내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은 “숙소비용을 아낀 돈으로 AVC컵 대표팀 선수단이 마음 편히 회식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배려와 인심이 고맙다.

AVC컵 대표팀은 프로선수와 대학생이 중심인 가운데 유일한 신장 2미터를 넘는 인하사대부고의 이상현을 선발했다. 우리 배구의 미래를 내다본 좋은 결정으로 보인다. 실업팀 화성시청의 이정준이 미들블로커에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KB손해보험 시절 한때 배구를 포기했다가 실업선수가 됐는데, 박희상 감독이 30세의 늦깎이를 왜 AVC컵 대표로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 V리그에서 신화 쓴 시몬 계약분쟁 속에 이탈리아리그 컴백 결정

OK저축은행에게 2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긴 뒤 V리그를 떠난 로버트랜디 시몬이 원 소속팀인 사다 크루제이로와 계약분쟁에 휘말린 가운데 이탈리아리그로 옮겼다. 시몬은 2016년부터 3년간 크루제이로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019년 5월 31일까지다. 시몬의 활약 덕분에 사다 크루제이로는 지난 시즌 브라질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몬은 최근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팀의 허락도 없이 이탈리아리그 루브 시비타노바로 이적을 결정하고 팀 훈련에 불참해 문제가 커졌다. 이에 앞서 시비타노바는 시몬이 크루제이로와 맺은 계약을 포기하고 이적 시켜주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거부당했다. 크루제이로가 분노하는 것은 시몬이 지난 시즌 도중 팀 관계자에게 “브라질 아내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를 위해 브라질 국적을 취득하려고 한다. 도와달라”고 한 뒤 갑자기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 이적시장에서 에이스급 선수의 이동이 끝나 시몬을 대신할 선수를 데려오기도 어려워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크루제이로는 보너스 형식으로 연봉 대폭인상을 고려하고 있던 상태여서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시몬에게 새로운 유니폼을 입힌 이탈리아리그 루브 시비타노바는 시몬과 2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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