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MLB Tracker] 산체스에 열받고 보스턴에 놀라고…속 타는 양키스

입력 2018-07-25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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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는 25일(한국시간) 탬파베이와의 원정경기를 전후해 2건의 로스터 변동을 알렸다.

경기 전에는 주전 포수 게리 산체스의 부상자명단(DL) 등재, 경기 후에는 볼티모어 마무리투수 잭 브리튼의 영입이었다. 앙숙 보스턴에 밀려 지구 2위를 달리고 있는 터라 이 2건의 로스터 변동은 적잖은 의미와 파장을 전하고 있다.


● 의외로 부진한 안방마님

산체스의 DL행은 올 시즌 2번째다. 지난달 26일 오른쪽 사타구니 염좌(groin strain) 때문에 처음 DL에 올랐던 그는 이달 20일 로스터에 복귀한 바 있다. 닷새 만에 다시 DL에 등재된 이유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한 달 전과 같다. 그러나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DL에 오른 시점부터가 찜찜하다.

양키스는 24일 산체스의 어리숙한 플레이로 인해 탬파베이에 6-7, 아쉬운 1점차 패배를 당했다. 1회말(수비) 패스트볼 때는 산체스가 어슬렁거린 탓에 먼저 실점했고, 9회초(공격) 내야땅볼 때는 타자주자 산체스가 전력질주를 하지 않아 득점에 실패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모두 2사후였다.

1회말 2사 2루선 선발투수 루이스 세베리노의 투구를 놓친 산체스가 2루주자 제이크 바워스의 움직임을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홈까지 허용했다. 쏜살처럼 3루를 도는 바워스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허둥지둥 공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6-7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선 중견수쪽으로 안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웬일인지 산체스는 상대 내야수가 타구를 건져낸 뒤에야 힘껏 1루로 내달렸다. 처음부터 열심히 뛰었더라면 산체스는 충분히 1루서 살 수 있었고, 양키스도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이 경기를 직접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산체스의 ‘허슬 부족’을 지적할 만했다. 또 경기 후 산체스는 물론 애런 분 양키스 감독도 혹시 모를 산체스의 부상 재발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튿날인 25일 양키스는 사타구니 염좌를 이유로 DL행을 공식 발표했다.

산체스의 느슨한 플레이를 꼬집었던 현지 매체들이 구단의 발표를 수용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올 시즌 산체스가 보이고 있는 극도의 부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2경기에서 타율 0.278, 33홈런, 90타점을 올렸던 산체스는 올 시즌에는 66경기에서 타율 0.188, 14홈런, 42타점으로 헤매고 있다. 수비에 약점을 지닌 공격형 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미흡한 성적이다.


● 왜 뒷문 강화에 나섰을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25일 양키스가 볼티모어에 유망주 3명을 내주고 좌완 브리튼을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양키스는 이로써 7월말로 다가온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맞춰 불펜을 더욱 튼튼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볼티모어에서 마무리로 활약해온 브리튼은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셋업맨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브리튼은 지난해부터 장기간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거둔 특급 좌완이다.

양키스 불펜은 좌완 마무리 아롤디스 차프만(26세이브·방어율 2.03)을 정점으로 우완 삼총사 데이비드 로버트슨(7승3패·3.05)-델린 베탄세스(1승3패·2.55)-채드 그린(5승2패·2.63)으로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여기에 브리튼(4세이브·3.45)이 가세함으로써 불펜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선발진을 보완하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키스 선발진의 방어율은 4.03으로 아메리칸리그 6위다. 구원진 방어율은 2.75로 당당히 1위다. 라이벌 보스턴의 불펜(방어율 3.39·아메리칸리그 3위)과 비교하면 양키스 불펜이 얼마나 강력한지 더욱 분명해진다. 7월 들어 점점 벌어지고 있는 보스턴과의 격차를 염두에 두면 양키스의 브리튼 영입은 반격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는 1주일 정도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양키스의 추가적인 선발진 보강도 예상해볼 수 있다.


● 갈수록 멀어지는 라이벌

양키스의 속을 태우는 또 다른 요소는 라이벌 보스턴의 쾌속질주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이미 보스턴과 양키스의 양강구도로 정리돼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 어느 팀이 지구 우승을 통해 디비전시리즈로 직행하느냐만 남은 분위기다. 25일 현재 보스턴(71승32패)이 1위, 양키스(64승35패)가 그보다 5게임차로 뒤진 2위다.

양키스 입장에선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격차가 꽤나 부담스럽다. 정규시즌을 지구 2위로 마치면 기껏해야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PO)를 바라볼 수 있는데, 지금 상태라면 디비전시리즈 참가를 장담할 수 없는 단판승부(와일드카드 PO)를 거쳐야 한다. 지난해에도 양키스는 보스턴에 이어 지구 2위에 그쳐 미네소타와 와일드카드 PO를 치렀다.

7월초만 해도 엎치락뒤치락했다. 보스턴과 양키스가 게임차 없이 소수점 아래 세 자릿수를 다퉜다. 7월 2일까지는 양키스(54승27패·승률 0.667)가 1위, 보스턴(56승29패·승률 0.659)이 2위였다. 그러나 이튿날 순위가 뒤바뀐 뒤로는 요지부동이다. 올스타전(7월 18일) 직전 선두 보스턴과 2위 양키스의 간격은 4.5게임차로 벌어졌고, 25일 현재는 5게임차다.

투타에 걸쳐 수치로 드러나는 전력은 백중세다. 다만 10승대 선발투수를 벌써 4명이나 배출한 보스턴이 마운드의 힘에서 양키스를 앞서는 양상이다. 좌완 트리오 크리스 세일-데이비드 프라이스-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가 나란히 11승씩을 거두고 있고, 우완 릭 포셀로가 12승으로 펄펄 날고 있다. 반면 양키스에선 에이스 세베리노만이 14승(3패·방어율 2.63)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25일 탬파베이를 상대로 완봉승을 챙긴 다나카 마사히로가 8승(2패·방어율 4.09)으로 팀내 다승 2위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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