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기주 “연기 앞에선 ‘유리멘탈’…한참 캐릭터 못 벗었죠”

입력 2018-07-3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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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진기주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 출연하며 수렁에 빠질 만큼 심각한 감정기복을 겪었다. 하지만 “오랜 꿈이었던 연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얻는 다양한 감정이 즐겁다”며 웃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대기업 사원·방송사 기자 관두고 연기자 꿈 선택한 진기주

늦은 나이 도전…부모님 걱정
지금은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
‘이리와 안아줘’ 3년 만에 주연
상처 깊은 캐릭터…많이 울어

어린시절 가슴에 품었던 꿈을 이루고 산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꿈을 이룬 삶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연기자 진기주(29)가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직업일 수 있는 대기업 사원, 방송사 기자를 그만두고 연기자를 선택했다. 주위에서는 ‘꽃길’을 버리고 ‘자갈길’을 선택했느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심정은 알지 못한다. 그는 “적어도 제 한 몸 굶기겠는가. 돈 벌지 못해도 좋다”며 웃는다.

진기주는 20대 초반을 ‘자기 자신’과 싸우며 보냈다. 중앙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에 큰 뜻이 없었던 그는 부모와 “매일 대판 싸우다 져서” 일단 대기업 계열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2∼3년 일하다 괜찮으면 다니는 거고, 선택하지 않은 길이 계속 떠오르면 그때는 나를 이해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결국 1년 만에 회사를 나왔다.

“퇴사는 일찌감치 결정했지만 실천에 옮기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말 못하는 고통에 위가 아파 약을 먹기도 했다. 정말 가시방석이었다. 하하! 그러다 어느 순간 단호해지더라. 더 늦어지면 안 된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 몇 초 만에 그만뒀다.”

지난 3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의 진기주. 사진제공|글앤그림


두 번째 직업으로 방송기자가 됐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라”고 할 정도로 큰 반대에 부딪혔지만 대학시절 신문방송학의 부전공을 살렸다. 그에게 기자라는 직업은 남달랐다. 기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모든 것들이 멋져보였다. 하지만 동경하는 마음만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어린시절 연극을 보면서 막연히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서 3개월 만에 그만뒀다.

진기주는 처음으로 부모에게 연기를 하겠다고 “입 밖으로” 꺼냈던 2014년의 당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부모는 “넌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야기를 하느냐”고 막내딸을 걱정했다고 한다. 그는 “아빠는 기자로 정착할 줄 아셔서 실망감이 컸던 것 같다. 엄마는 의외로 덤덤하셨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기를 바라셨다. 지금은 두 분 모두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2014년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해 올리비아로렌상을 받은 진기주는 1년간 고군분투하다 오디션을 통해 2015년 tvN ‘두번째 스무살’을 통해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또래보다 출발이 늦어, 처음엔 시작도 못할까봐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압박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꿈을 이루고 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오디션에서 저를 거들떠보지 않더라도 괜찮다.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이면, ‘연기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고 받아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오디션을 기다리면 되지 않나. 어떤 상황에 처해도 아무렇지 않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진기주는 연기와 공부 중에 어느 것이 쉽냐는 질문에는 답을 내놓지 못하지만 “어려운 것은 연기”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이 경험을 최근 주연한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느꼈다. 극중 살인 피해자의 딸이 톱스타로 성장해 상처를 치유해가는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는 “마인드컨트롤하기가 어려웠다. 캐릭터가 지닌 상처가 평범하지 않아 연기하면서 저에게 와 닿는 슬픔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컸다. 감정의 수렁에 빠져 드라마가 끝나고도 제 안에서 캐릭터를 빼내는 과정이 힘들어 많이 울었다”고 돌이켰다.

연기자 진기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드라마 속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는 것에 아직 능숙하지 않다는 그는 스스로 “유리멘탈”이라고 했다. 전작인 드라마 ‘미스티’에서 호흡을 맞춘 김남주가 “눈에서 여린 게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쉽게 상처받는 그의 성격을 걱정할 정도다.

진기주는 “‘미스티’ 때보다는 주위 반응에 덤덤해지려고 노력한다. 생각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데 행동으로는 아직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미소를 짓는다.

데뷔한 뒤로는 여행은커녕 제대로 휴식을 취한 적 없는 진기주는 올 여름 고등학교 동창들과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그리고 여유가 생긴다면 가죽공예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렇다할 취미가 없다. 그림을 그리거나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여행도 한번 해보고 싶다. 연애를 하게 된다면 저의 직업을 잘 이해해주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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