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인형의 집’ 김지성 “꾸지람 각오했는데 예쁨만 받았어요”

입력 2018-07-31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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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오지랖일 수 있지만 인터뷰어로서 뿌듯한 순간 중 하나는 인터뷰이인 신인배우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때이다. 한 일이라곤 인터뷰 기사 하나 적어준 것 밖에 없는데 그가 계속해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괜히 숟가락 하나를 얹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그 중에 한 명이 배우 김지성이다. 김지성은 최근 KBS 1TV ‘인형의 집’에서 홍강희 역을 맡아 100회가 넘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쳤다. 처음에는 “언제 끝나나”했던 드라마가 이제는 “벌써 끝나나”가 됐다.

“대본 리딩 전날 캐스팅이 됐어요. 얼떨떨한 상태로 드라마에 투입됐기 때문에 기쁜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더 컸던 게 사실이에요. 지금은 여러 연기를 시도하지 못했던 게 후회가 돼요. 선배님들이 ‘지성이, 너 하고 싶은 거 다해’라고 하면서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오히려 민폐가 될까 여러 시도를 하지 못했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아 이렇게 해볼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가 맡은 ‘홍강희’는 모든 감정에 솔직한 캐릭터. 게다가 일일 드라마 특성상 다른 극에 비해 감정 표현 등을 극대화 시켜야 했다. 김지성은 “드라마 하는 시간 특성상 ‘설거지 하는 시간’에 방송이 돼서 귀로만 들어도 내용이 전달돼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평상시 놀라는 연기보다 조금 더 크게 놀라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강희’라면 어떻게 할지 더 고민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와 강희가 비슷한 점도 있지만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른 것 같아요. 뭐든지 솔직한 강희에 비해 저는 슬프거나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잘 안 해요. 그리고 제가 목소리가 낮은 편인데 늘 높은 톤을 유지한 채 연기를 해서 그게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밝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김지성은 이번 드라마의 모든 공을 함께 한 선배들에게 돌렸다. “꾸지람을 각오하고 갔다”는 그는 예상치 못한 배려와 예쁨을 받아 많이 놀랐다고. 선배 한상진을 때리는 장면을 비롯해 함께 했던 선배들이 그가 연기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솔직히 전 연기는 한참 부족해서 엄청 혼날 것을 각오하고 드라마에 들어갔는데 저를 정말 예뻐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이한위·최명길 선배님도 정말 부모님처럼 자상하셨어요. 조미령 선생님과도 촬영 중에 많이 만났는데 ‘같이 연습해보자’라고 하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죠. 한상진 선배를 때려야 하는 장면에서는 ‘미안해 하지 말고 그냥 막 때려’라고 하시는 등 제가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주연 배우는 아니었지만 ‘일일극’을 통해 느끼는 대중들과의 친밀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TV에 나오는 사람 맞죠?”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 그는 “부모님과 어디를 갔는데 거기서도 알아보셔서 아버지가 은근 뿌듯해 하시는 것 같더라”며 “할머니, 할아버지는 TV에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며 우셨다고 하더라. 가족들에게 보여주려고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가족 중 여동생 역시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 2016년 Mnet ‘프로듀스 101’으로 연예계에 첫 발을 디딘 김지성은 당시 동생 김홍은과도 함께 했었다. 현재 김홍은 역시 활동 재개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김지성은 “언니로서 먼저 잘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 목표는 동생 홍은이와 함께 배우로 활동하는 거예요. 요즘에 자매가 활동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며 내심 부럽고 우리는 언제 저렇게 활동하나 생각도 해요. 나이가 들면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다는데 저희는 아무래도 빨리 활동을 시작해서인지 상대적으로 더 빨리 느끼는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한 발걸음 더 간 김지성에게 하고 싶은 드라마가 있는지 물어보니 ‘청춘물’이나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그는 “제 또래다운 풋풋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에 청춘물이 없어서 아쉽다. 액션연기는 여배우가 표현하는 몸선이 남자 배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꼭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연기로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서 배움의 즐거움도 있고요. 이제야 제가 원하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조급하지 않은 채 이제는 지금 현재를 즐기며 즐겁게 걸어가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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