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극단적 시프트에 기습번트는 왜 안 나올까?

입력 2018-08-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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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도 내야 한 쪽을 비우는 ‘극단적 시프트’가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기습번트로 이 시프트를 깨는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포들의 자존심 문제에 번트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며 ‘정면승부’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사진은 기습번트를 대고 있는 SK 최정. 스포츠동아DB

당겨치기 성향이 강한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 이때 수비 팀은 3루수를 기존 유격수 위치까지 옮긴다. 유격수는 2루쪽, 2루수는 1루수 쪽으로 조금 더 가깝게 포진한다. 요즘 KBO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극단적 시프트’의 풍경이다. 자연히 3루쪽은 텅 비게 된다. 그 쪽으로 번트를 댄다면 충분히 살아나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타자들은 제 스윙을 유지한다. 우타자의 경우도 포진만 반대일 뿐, 마찬가지다. 이들은 왜 타구를 텅 빈 내야 쪽으로 밀어 보내지 않는 것일까?


● 자존심과 어려움, 그 사이

이러한 의문은 KBO리그보다 먼저, 그리고 더 강한 시프트를 시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화두였다. NC 다이노스 유영준 감독대행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흥미로운 주제다. 비어있는 내야를 보면 ‘저쪽으로 타구를 굴려라!’며 답답한 팬들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행을 비롯해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 KT 위즈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의 자존심 문제다. 중심타자들은 번트를 대서 살아나가는 것보다 제 스윙으로 투수와 야수진을 이겨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습번트를 일종의 ‘편법’처럼 여긴다는 의미다.

대부분 타자들은 ‘정타를 때린다면 시프트를 뚫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LG 트윈스 이천웅은 “왜 타자들이 번트를 대지 않는지 생각하면 답은 오히려 간단해진다. 한 쪽 내야가 비어있다고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내 스윙이 안 나온다. 스윙이 제대로 나온다면 아무리 좁은 공간도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 김현수 역시 “번트를 대고 살아봐야 의미가 없다. 내가 1루 주자로서 할 작전이 많지 않다. 극단적인 시프트는 경기 초반에 많이 걸린다. 이때는 내야안타로 1루에 살아나가는 것보다 장타를 치는 게 팀에 보탬이 된다”고 주장했다.

‘의도적 밀어치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이들도 있다. NC 나성범은 “150㎞의 몸쪽 속구에 번트를 대는 것은 오히려 어렵다”며 “팀이 내게 바라는 것은 장타다. 상대 수비가 시야에 들어오더라도 난 투수와 싸운다. 타격감이 정말 안 좋을 때라면 시도의 고민 정도는 하겠지만, 딱 거기까지다. 내 스윙만 하면 뚫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 역시 “번트를 댄다고 100% 살아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시프트 덕에 안타가 나올 가능성도 있으니 손해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현장 사령탑들의 이야기처럼 ‘자존심’의 문제가 상당한 이유를 차지한다. 장타를 치는 것이 팀에 더 보탬이 된다는 것이 선수들의 의견이다. 그와 동시에 번트가 마냥 쉽지 않다는 것도 정공법을 유지하는 이유다.


● ‘기습번트’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반면 기습번트로 재미를 본 이들도 있다. 한화 이글스 제러드 호잉은 3월 24일 고척 넥센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 데뷔 첫 타석, 초구를 상대로 3루쪽 기습번트를 대서 살아나갔다. 시프트가 낳은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습번트 시도를 지양한다. 그는 “장타를 쳐야하는 타순을 맡고 있다. 내 스윙에 집중한다”며 “시프트를 뚫기 위해 강한 타구 생산에 신경 쓴다”고 밝혔다.

롯데 채태인도 올해만 두 차례 번트안타를 때려냈다. 그는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그렇게라도 살아나가야 한다”며 “시프트 탓에 안타를 빼앗기면 아쉽지만 번트안타처럼 행운도 있다. 앞으로도 극단적 시프트가 걸리면 번트를 댈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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