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로 왜 돌아왔냐는 물음에 박종우가 답하다

입력 2018-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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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가 2일 경기도 화성 수원 삼성의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그는 K리그 복귀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화성|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4년 만에 K리그 무대로 복귀한 박종우(29·수원 삼성)와의 인터뷰는 숨 가쁜 그의 축구시계만큼이나 빠르게 전개됐다. 질문 하나를 던지기 무섭게 되돌아오는 달변 덕분에 예정된 인터뷰는 일찌감치 끝이 났고, 남은 시간 편안하게 사담을 나눌 수 있었다.

찜통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2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박종우는 날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아시아 지역 가운데서 가장 덥다는 중국 광저우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최근 5년간 몸담은 박종우는 “중동 더위도 대단하지만, 한국도 이에 못지않더라. 아내와 농담 삼아 ‘우리가 중국과 중동을 거쳐 한국으로 무더위를 몰고 왔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 “다시 6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2014년 광저우 부리(중국)로 떠난 뒤 UAE 알 자지라와 에미리트클럽을 거쳤던 박종우는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K리그로 돌아왔다. 목적지는 수원. 박종우는 “이적에 관한 루머가 많지 않았던 탓에 나만큼 주위에서도 이번 선택에 많이 놀라셨다고 하더라. 중동 잔류와 K리그 복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내가 가장 ‘끌렸던’ 곳은 수원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박종우는 수년 전 국내 축구팬들의 뇌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이름이었다. 계기는 2012런던올림픽이었다. 박종우는 당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은 직후 한 팬으로부터 건네받은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를 정치적인 메시지로 판단했고, 해당 사안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수원 삼성 박종우. 화성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이듬해 2월 박종우는 기나긴 공방 끝에 동메달을 되찾았지만, 이 사건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터지면 빠지지 않고 되돌려보는 ‘장면’으로 남았다.

“힘든 시간이었다.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도 많았지만 반대로 평가하시는 분들 역시 많았다. 더군다나 당시 올림픽을 전후해 J리그 몇몇 구단들과 이적 논의가 끝난 상황이었는데 그 사건 이후 일본행은 무산됐다. 첫 해외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시 피켓을 들지 않았을까 한다.”

6년 전 사건은 박종우의 축구 인생을 바꿔놓게 된다. J리그행이 무산되면서 중국 슈퍼리그로 방향을 틀게 됐다. 해외 진출을 꿈꾸던 찰나에 좋은 오퍼가 들어오면서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렇게 4년여의 해외 생활을 이어간 박종우는 “중국과 중동에서의 경험은 정말 값졌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왜 해외 진출을 고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게 의미가 있었다. 각국 선수들과 부딪혀보며 많은 점을 배웠고, 나 역시도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왔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동안 박종우란 이름이 팬들 머릿속에서 많이 잊혀져갔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소득이 컸다”고 회상했다.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기회가 되면 언제든 해외로 떠나라”고 조언한다는 박종우는 UAE를 가장 애착이 가는 곳으로 꼽았다. 치안과 환경이 불만족스러우리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최고의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아시아선수 쿼터제가 폐지되는 바람에 당분간은 진출이 어려울 전망이지만, 바로 옆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선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귀띔을 잊지 않았다.

수원 삼성 박종우. 화성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K리그로 돌아온 이유는…”

박종우는 2012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2013동아시안컵, 2014브라질월드컵에 이르기까지 매년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부임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국가대표 명단에서 박종우의 이름은 사라졌다. 태극마크를 향한 그리움도 짙어져갔다. 이는 박종우를 K리그로 돌아오게 한 동기 중 하나였다.

“최근 2018러시아월드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이 주위의 응원, 걱정, 비판을 모두 품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역시 16강행은 쉽지가 않더라. 선수로서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나 역시도 태극마크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이번에 K리그로 돌아오려고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었다”며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는 다시 부름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를 사로잡았다. 해외에 머물 때도 K리그 시청을 빼먹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수원 이적 후 어린 선수들이 너무 많아 한 번 놀란 뒤, 염기훈(35)과 신화용(35)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너무 잘 잡고 있어 두 번 놀랐다는 박종우는 아직 푸른색 유니폼이 어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루빨리 팀에 녹아들겠다는 각오를 잊지 않았다.

박종우는 “태극마크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팀에서 내 몫을 다해야한다. 이번 여름 한 달 가까이 쉰 탓에 컨디션이 100%까지 올라오지 않았는데 빨리 몸을 만들어 동료들을 돕도록 하겠다. 4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만큼 신인의 마음으로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박종우

▲ 생년월일=1989년 3월 10일(경기도 성남시) ▲ 신체조건=신장 180cm·체중 74kg ▲ 출신교=광탄중∼장훈고∼연세대 ▲ 프로 경력=부산 아이파크(2010∼2013년), 광저우 부리(2014∼2015년)∼알 자지라(2015∼2016년)∼에미리트클럽(2017∼2018년)∼수원 삼성(2018년∼) ▲ 국가대표 경력=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동아시안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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