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SK 김태훈에게 찾아온 “마지막 20대의 행운”

입력 2018-08-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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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태훈. 스포츠동아DB

“행운을 잡은 거죠.”

SK 와이번스 김태훈(28)이 그려내는 20대의 끝자락은 곧 새로운 출발과도 맞닿아 있다.

김태훈은 올해로 프로 데뷔 10년차다.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2018시즌 역시 대체 선발부터 필승조에 합류하기까지 묵묵히 스윙맨 역할을 해냈다. 마치 오랜 기다림에 대한 한을 쏟아내듯 잠재력까지 제대로 터졌다. 6일까지 41경기에 나서 74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평균자책점은 3.41에 불과하다. 자신의 모든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이제 ‘살림꾼’ 김태훈이 없는 SK 마운드는 상상조차 어렵다.

시즌을 앞둔 마음가짐이 사뭇 달랐다. SK와 연을 맺은 ‘10’이란 숫자와 마지막 20대라는 여러 의미가 겹쳤다. 김태훈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철저한 체중 관리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을 올렸다. 줄곧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김태훈에겐 건강한 몸과 강한 체력이 돌아왔다. 덕분에 구원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도 “더 던질 수 있다”며 여유를 보일 수 있게 됐다. 곁에서 지켜본 손혁 코치도 칭찬을 보탠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고, 꼬박꼬박 러닝도 한다. 결국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라며 흡족해 했다.

소속팀 선배 김광현과의 집중 과외도 ‘윈-윈’의 결과를 불러왔다. 김태훈은 김광현에게 직접 슬라이더를 전수받았고, 이는 올 시즌 김태훈의 제2구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태훈 스스로는 “70% 정도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주무기인 직구(44.3%)에 슬라이더(33.6%)를 장착하면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졌다. 짧은 이닝동안 상대 타자를 철저히 압도해야 하는 구원 투수에게 안성맞춤이다. 결과적으론 김광현이 선발, 김태훈이 불펜을 지탱하면서 마운드 전반을 견고하게 다지게 됐다.

궂은일을 도맡으면서도 정작 타이틀에 직결된 성과와는 거리가 멀다. 시즌 7승(3패) 3홀드를 올렸다. 김태훈은 “아쉽진 않다. 7월엔 3승을 거뒀다. 운이 좋았다. 벤치에서 나를 믿고 그 상황에 올려준 덕분”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대신 역대 시즌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달성중인데다 목표로 잡아둔 100이닝 소화에도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

여기에 10승 10홀드를 겸하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다. SK의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는 5명의 투수가 순조롭게 승수를 쌓는 점을 고려하면 한 팀에서 단일 시즌 6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하는 진기록 작성도 가능하다. 그 키를 김태훈이 쥐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자신감을 낳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김태훈은 “일부러 공을 빼지 않고 공격적으로 승부하다 보니 볼 카운트가 유리해지고, 투구수도 줄어든다. 덕분에 이닝도 빨리 끝난다”며 “마운드에서 계속 자신감이 붙는다. 또 어느 순간 그걸 즐기고 있다”며 웃었다.

덕 아웃에선 한없이 장난기 어린 표정을 품다가도 마운드에 오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순하게 웃던 눈이 매섭게 바뀐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긴장을 한다”는 김태훈의 철저한 ‘이중생활’이다. 분위기 메이커부터 불펜의 핵을 맡기까지 전천후 플레이어다운 김태훈의 일상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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