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AG 탈락’에도 동료들 응원하는 포항 GK 강현무

입력 2018-08-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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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강현무.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골키퍼 강현무(23)와의 첫 만남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둔 지난달 12일 이뤄졌다.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후반기가 막 재개된 시점에서 마주한 강현무는 시종일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 뒤 결정될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합류를 자신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후반기 초반 두 경기에서 5실점하며 부진했던 것이 아쉬운 눈치였다.

중요한 순간을 앞두던 강현무는 “2018러시아월드컵 휴식기 동안 잘 쉰 덕분에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그런데 후반기가 시작되자마자 너무 많은 실점을 했다. 후회도 되고 자책감도 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수문장 경쟁은 축구계의 큰 관심사였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꾸준히 경쟁한 강현무와 송범근(21·전북 현대)의 라이벌 구도에 러시아월드컵에서 선방 쇼를 펼친 조현우(27·대구FC)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후보로 가세해 엔트리 다툼이 치열했다. 결정권을 쥔 김학범 감독은 고심 끝에 골키퍼 두 자리에 송범근과 조현우를 선택했고, 강현무는 꿈에 그리던 아시안게임 출전을 기약 없이 미뤄야했다.

최근 다시 만난 강현무는 최종엔트리 발표 당시의 날을 떠올렸다. 강현무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명단을 보고 나서는 ‘왜 내가 없지?’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이 커서 하루 이틀은 넋을 놓고 지냈다”면서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마음이 조금 안정 되더라.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위로도 많이 해준 덕분에 아픔을 잊게 됐다”고 말했다.

비록 올해 목표로 삼았던 아시안게임 출전은 불발됐지만, 자신을 대신해 나설 동료들을 향한 응원은 잊지 않았다. 강현무는 “그간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았다.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면서 좋은 성적을 많이 낸 덕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조)현우 형과 (송)범근이 모두 훌륭한 골키퍼다. 현우 형은 월드컵에서 입증이 됐지만 K리그에서도 인정을 받는 선수다. 범근이 역시 나이에 비해 안정감이 있고 공중볼 다툼에서 우위가 있는 골키퍼다. 수문장이 든든하고 공격진까지 화려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내리라고 믿는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스카우트의 권유로 축구선수의 길로 접어든 강현무의 첫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 포워드였다.

“호기롭게 축구부에 들어갔지만 처음 1~2년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원체 달리기에 약했는데 하루 종일 뛰다보니 체력이 달리더라. 축구를 그만두려다가 마침 골키퍼 자리가 비게 돼 장갑을 꼈다.”

이후 사하중과 포항제철고를 거친 뒤 2014년 포항 유니폼을 입은 강현무는 지난해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잡게 됐다. 선배 신화용(35·수원 삼성)의 이적으로 생긴 빈자리가 주어졌다. 주전 골키퍼를 잃은 포항은 강현무에게 선발 장갑을 맡겼고, 신예 수문장은 이러한 믿음에 실력으로 보답했다.

주전 도약 이후 결정적인 선방을 잇달아 펼치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는 강현무는 “아직 순위싸움이 한창이다. 팀이 2년 연속 하위 스플릿에 머물렀는데 올해만큼은 상위 스플릿에 들 수 있도록 땀을 더욱 흘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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