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삼성맨 강민호 “전반기 점수? 최악…PS행으로 메우고파”

입력 2018-08-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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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 스포츠동아DB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푸른색 유니폼이 반 시즌 만에 완벽히 자리 잡았다. 14년간 몸담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첫 해, 강민호(33) 없는 삼성을 떠올리기는 어려워졌다.

강민호는 올 시즌에 앞서 4년 80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나온 가장 놀라운 이적이었다. 삼성은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의 존재는 젊은 투수진의 안정 효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2년간 9위에 머물렀던 삼성의 최대 고민은 마운드였다. 2016년 5.64(8위)였던 팀 평균자책점은 2017년 5.88(10위)까지 떨어졌다. 왕조를 이끌었던 이들은 노쇠해가는 반면 영건들의 성장은 더뎠다. 이들의 성장의 기폭제로 경험 많은 강민호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삼성은 8일까지 팀 평균자책점은 5.07(5위)다. 7월 이후 27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3.74까지 떨어진다. 같은 기간 리그 2위에 해당한다. 선발진의 양창섭과 불펜진의 심창민과 최충연 등 젊은 투수들이 일궈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강민호가 95경기 타율 0.272, 19홈런, 58타점으로 타석에서도 힘을 보태니 효과는 만점이다.

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을 승리로 이끈 뒤 만난 강민호는 이러한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타격은 처음부터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내가 매 시즌 타율 3할을 넘기는 타자가 아니지 않나. 그저 포수로서의 역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잘 치면 좋겠지만 못 쳐도 아쉬움은 덜하다”고 선을 그었다. 바꿔 얘기하면, 포수로서 팀 마운드의 안정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는 만족한다는 의미다. 그는 “팀 평균자책점이 좋아지고 있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우리 팀 투수들은 10개 구단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삼성 젊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강조하는 것은 단 하나, 배짱이다. 그는 “변화구보다 속구 위주의 사인을 내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다. 동생들에게 ‘승부를 피할 순간이 오면 그땐 내가 사인을 내겠다. 그 전까지는 나를 믿고 승부해라. 그러다 안타를 맞으면 내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조금씩 호흡이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강민호에게 ‘전반기 점수’를 스스로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매길 것이 어디 있나. 창피한 수준이다. 그냥 0점으로 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웃으며 말하지만 책임감과 반성이 담긴 내용이다. 당연히 0점짜리 선수로 남고 싶을 리는 없다. 삼성은 4위 LG와 1경기, 5위 넥센과 0.5경기 차를 유지 중이다. 가을야구 레이스를 펼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강민호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그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내 점수는 확 달라질 것이다. 그걸로 전반기 아쉬움을 다 메우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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