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컵 결승 32점 최은지 주전 도약 청신호

입력 2018-08-12 2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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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 2018‘이 열렸다. KGC 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결승전 경기에서 KGC인삼공사가 우승을 차지한 뒤 MVP를 수상한 최은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령|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예전에 고향에서는 전광인 선수보다 내가 더 유명했는데 프로에 입단한 뒤로는 달라졌어요. 이제 고향에 다시 ‘하동의 딸’ 현수막이 붙겠죠.”

2018년 FA선수로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은 최은지가 숨겨뒀던 잠재력을 마음껏 폭발시켰다. 2018보령·한국도로공사 컵대회에서 팀을 10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고 MVP까지 받았다.

최은지는 “나 같은 백업선수가 많다. 그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내가 먼저 깨고 나와야 누구나 나처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을 확인해서 더 기쁘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배구시작 이후 항상 우등생 코스를 밟았고 자신만만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신생팀 IBK기업은행의 창단멤버가 된 이후 큰 꿈은 어느 순간 쪼그라들었다. 배구를 한 이후 처음으로 비주전 자리였다. 닭장이라 불리는 대기석이 그의 자리였다. 간혹 경기에 투입됐지만 “혹시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더욱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은 갔다.

“박정아 김희진 등에 밀렸다. 그때 빨리 이겨냈어야 했는데 내가 스스로 포기했다. 그때마다 주위에서 ‘참고 버티면 기회가 온다’고 용기를 줬다. 이효희, 이숙자 언니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정말 고마웠다.”

2016~2017시즌에 도로공사로 이적해 새로운 기회를 찾았지만 여전히 주전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마지막 기회가 왔다. 서남원 감독의 전화였다. 도로공사와의 FA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기소침해 하던 그에게 온 전화. 서남원 감독은 “우리 팀에 와줄 수 있겠냐? 너랑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은지의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다. 프로에 온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로부터 “같이해 보자”는 러브콜이었다. 마음을 굳혔다.

서 감독은 인삼공사에 온 그에게 “앞으로 불안해하지 말라. 안 되더라도 빼지 않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결국 그 믿음이 최은지를 새로운 선수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팀의 주공격수 역할을 맡은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해가며 공격에 집중했다. 결승전 3세트 때 너무 힘들어한 순간도 있었지만 스스로 “내가 이 것 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서 감독은 “은지야 힘내”라면서 용기를 북돋아줬다. 결국 수많은 공격과 범실 속에서도 최은지는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켰다. 32득점은 그의 프로선수 생활 한 경기 최고득점이다. 이만큼 많이 공격을 해본 적도 점프를 해본 적도 없었다.

최은지는 “마지막 스파이크 순간 아 이제는 됐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다. 서남원 감독은 “은지를 데려올 때 보상금 값어치를 제대로 할까 고민도 했는데 이미 잘하고 있다. 은지가 와서 덕분에 같이 잘됐다. 와줘서 고맙고 은지도 기대를 갖고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보령|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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