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수 전 감독(오른쪽)과 라오스 야구 국가대표 피탁이 19일 자카르타 GBK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라오스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014년 겨울 현지 한국사업가들과 손잡고 야구의 씨앗을 뿌렸다. 태어나 야구공을 처음 본 아이들은 발로 차며 놀았다. 그해 감독직을 내려놓고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의무감으로 라오스로 떠났던 이 전 감독은 처음에는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깊은 공허함을 느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더해지며 라오스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전하며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었다.
라오스는 19일 자카르타 GBK 스타디움에서 대회 공식 훈련을 시작했다. 이 전 감독은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유니폼을 입고 직접 덕아웃에서 선수들과 함께한다. 20일에도 현역시절 자신의 번호였던 22번을 달고 훈련을 함께했다. 이 전 감독에게 제일 잘 하는 선수 한명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활짝 웃으며 단번에 말했다. “피탁 어디 있노?”
잠시 후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수줍게 웃고 있는 소년을 만났다. 이 전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찍 야구를 시작했으면 뛰어난 프로선수가 됐을 친구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불가능이 어디 있나. 필립 질레트 선교사가 1904년 우리나라에서 공과 배트를 처음 꺼냈을 때 한국이 올림픽 야구에서 우승하는 걸 상상이라도 했을까”라고 했다.
소년의 이름은 홉콥 피탁, 나이는 만 18세. 포지션은 투수고 타선에서도 4번을 친다. 라오스 야구의 에이스이자 중심타자다. 호리호리했지만 라오스 선수 중 키가 가장 큰 편이다. 팔도 길고 손도 커 보인다. 투수에게 유리한 몸이다.
피탁은 말했다. “야구를 몰랐을 때는 꿈이 없었다. 하루 세 끼 잘 먹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은 프로선수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생겼다. 한국에 초청돼 KBO리그 경기를 직접 봤다.전율이 느껴졌다. 어려운 목표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꼭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라오스는 아시아에서도 야구 변방 국가다. 라오스가 이번 AG 예선에서 맞붙는 태국은 야구를 시작한 지 48년, 스리랑카도 24년이 됐다. 이제 만 4년이 되지 않은 라오스는 AG 출전 자체가 큰 성과다.
라오스 에이스 피탁의 꿈은 솔직히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희망과 도전의 가치는 그 누구도 폄하 할 수 없다. “라오스의 첫 번째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해맑은 미소의 소년의 도전은 참 아름답고 기특하다.
# 슬라맛(Selamat)은 인도네시아어로 안녕, 행복, 평안을 바라는 따뜻한 말입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자카르타 현지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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