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AG] 올림픽과 AG, 박상영의 심리컨트롤

입력 2018-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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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펜싱대표팀 박상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펜싱 에페 종목의 박상영(23)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리며 국민적 관심을 받은 선수였지만 이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보여준 부상과 싸우며 은메달을 차지한 투혼은 지켜본 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물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22일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심리학자로서 개인전 이후 박상영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무엇이 정신력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는 경기 후 “마음을 비우기 위해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주문을 걸었다”고 했다. 왜 이런 심리적 전략을 선택했을까?

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던 박상영과 나눈 짧은 대화가 떠올랐다. “리우는 아무런 생각 없이 참여했고 준결승까지 경기를 했는데 결승전을 잘하면 금메달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3위는 해야 하는데….”

말꼬리를 흐리는 박상영을 보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픽 이후의 박상영은 그 자신이 아닌, ‘할 수 있다, 박상영’이 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만큼 불안감은 커졌다.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성공의 압박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부정적인 정서는 훈련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여 질적으로 완성도 높은 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 심리적 압박이 클수록 ‘경기 때 실수하면?’, ‘만약에 우승하지 못하면?’, ‘부상이 또 다시 나타나면?’ 등의 우려가 선수들을 사로잡는다.

박상영 역시 리우올림픽 이후 압박을 느꼈을 것이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내려놓음’을 택한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훈련, 내게 성공이 무엇인지 올바른 관점 형성은 정신 훈련의 중요한 요소다.

금메달 압박에 선수들은 체력, 심리, 경기장, 기술 등에 지나친 신경을 쓰곤 한다. 지나치게 강한 욕구는 대회를 앞둔 선수들의 안정적인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Eccles의 ‘기대-가치이론(Expectancy-Value Theory)’에 의하면 기대는 하나의 과제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고 가치는 그 과제에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다. 메달에 대한 기대와 가치가 선수 본인에 의해 형성될 때 긍정적인 보상을 얻게 된다. 타인(코치, 부모, 팬 등)에 의한 기대와 가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상영은 타인에 의해 형성된 기대와 가치를 버리고 자신만의 것을 형성하기 전략으로 관심과 응원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이란 표현을 자주한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훈련은 쉽게 지치고 집중을 방해한다. 훈련을 ‘해야 한다’가 아닌,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율적 훈련에 최선을 다한 선수는 결과에 만족한다.

최선을 다했기에 박상영은 이번 대회 ‘아쉬운 패배자’가 아닌 ‘기쁜 패배자’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이런 문화가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선수와 팀에 전파되길 기대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황승현 선임연구위원(스포츠심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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