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우. 사진제공|KLPGA
배선우는 2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컨트리클럽(파72·649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1억6000만원) 최종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기록하고 공동선두에 오른 뒤 곧바로 펼쳐진 연장승부에서 나희원(24)을 꺾고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역전 우승이었다. 5타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나희원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2라운드가 태풍으로 취소되면서 대회가 54홀로 축소된 가운데 나희원은 11언더파 133타로 생애 첫 우승을 노렸다. 반면 배선우는 3언더파 141타로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는 처지였다.
경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나희원의 우승에는 걸림돌이 없어보였다. 전반 보기 1개와 버디 1개를 기록하면서 타수는 줄이지 못했지만, 다른 경쟁자들 역시 쉽게 버디를 잡지 못하면서 격차가 유지됐다.
그러나 배선우의 저력은 최종라운드 내내 발휘됐다. 전반과 후반 연달아 버디 4개씩을 낚으면서 11언더파 205타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반면 후반에도 보기 1개와 버디 1개에 그친 나희원은 결국 배선우와 동타로 정규라운드를 마쳤다.
파4 18번 홀에서 펼쳐진 연장 첫 번째 승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까다로운 코스로 꼽혔던 18번 홀답게 둘의 아이언샷은 모두 그린 위에 오르지 못했다. 이어진 어프로치샷 대결. 여기서 둘의 운명이 갈렸다. 배선우는 공을 컵 1m 옆에 붙인 반면, 나희원은 3m 넘게 떨어진 거리에 공을 올렸다. 나희원의 파 퍼트 실패를 지켜본 배선우는 곧바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첫 승이자 개인통산 3승을 역전 우승으로 장식한 배선우는 “이번 대회에 앞서 태풍 예고가 있어서 걱정이 컸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사실 최종라운드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승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타수를 많이 줄인 덕분에 우승까지 하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2016년 2승 달성 이후 지난해 우승이 없었던 배선우는 “우승까지 오는 과정이 참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집념이 부족했다는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우승을 기다리기보다는 우승을 찾아서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