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바넘’에 대한 평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저도 이 작품을 선택하고 자서전 등 그와 관련된 서적을 읽어보고 작품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들과 ‘절대 이 사람을 미화시키지는 말자’고 신신당부를 했죠. 오히려 ‘저는 사기꾼입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죠.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대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은 제 모습과 닮은 부분도 발견하기도 했고 제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묘한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게 제 마음에 크게 와 닿은 것 같아요.”
유준상은 한참이나 ‘바넘’의 인생 이야기를 꺼냈다. 10년 만에 서는 쇼뮤지컬이라 ‘이번 작품에서는 안 울겠지’ 싶었는데 부인 ‘채어리 바넘’이 죽을 때는 그렇게 눈물샘이 터지고 왜소증 청년 ‘톰 썸’이 망한 바넘에게 손을 내밀었던 일화를 보며 뭉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물 미화에 후폭풍이 있을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그의 이런 순간을 보며 극의 재미를 찾았고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졌다.
“‘바넘’은 결정하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던 작품이에요. 스몰 라이선스(원작의 최소한의 형식만을 가지고 오는 방식)라서 각색이 제대로 안 되면 너무 위험할 수 있었어요. ‘그날들’이나 ‘프랑켄슈타인’을 할 때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작품은 더 부담감이 더 심했죠. 그런데 최종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을 발견했죠. 제가 믿는 이성준 음악감독까지 하겠다고 나서니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지만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포스터를 위해 수중촬영을 감행했고 전작들보다 2~3배가 더 많은 대사를 빠르게 말해야 했다. 이에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대본을 넘겨주고 대사 한 자라도 틀리지 않게 연습을 했다. 그 뿐인가. 무대 위에서는 그가 뒤로 나갈 틈이 거의 없다. 노력과 체력이 필요했다.
“안 지치냐고요? 엄청 힘들죠. 취재진 모시고 프레스콜 한 번 하면 무대 뒤에서는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집에서 쉬는 날이면 가만~히 있어요. (웃음) 몸이 고돼도 어쩌겠어요. 많은 분들에게 에너지 넘치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제 직업인데요. 그런데 저 말고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더라고요. 휴~ 다행이지. 나만 그런 게 아니어서. 하하.”
“올해로 반 백 살이 됐다”는 그가 대중들에게 보여준 지치지 않는 체력과 끝없는 노력은 그냥 거저 된 것이 아니다. 그가 무대에 올랐을 때만 해도 뮤지컬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장르는 아니었다. ‘쇼 뮤지컬’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나와 신나는 음악에 노래와 춤을 추는 것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르도 다양해지고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배우들도 따라서 성장을 해야 했다. 유준상은 “당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는 무대에 오르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라며 “그래서 노래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에겐 관객이 가장 중요해요. 어제 좋았으니 오늘도 좋을 거라는 오만함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또 관객들이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제 힘이자 열정이 되고 있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