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타고투저’ KBO리그, ML서도 82년간 없던 진기록 쓰나

입력 2018-09-27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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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국제대회에서는 ‘타저’이지만 KBO리그 안에서는 ‘타고’다. 2014년을 기점으로 불붙기 시작한 타자들의 방망이는 올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ML) 역사에서도 드문 타격 기록이 올해 KBO리그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6일까지 KBO리그 10개 구단 중 팀 타율 1위는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올 시즌 133경기에서 팀 타율 0.309를 기록 중이다.

사실 2010년대에 접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팀 타율 3할은 ‘난공불락’이었다. 가장 먼저 팀 타율 1위 고지를 넘긴 팀은 1987년 삼성 라이온즈(0.300)였다. 이후 ‘왕조’ 시절 삼성이 2014년(0.301)과 2015년(0.302) 연이어 기록을 썼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는 0.3022로 2015년 삼성(0.3018)을 넘어 KBO리그 팀 타율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KIA의 신기록 유통기한은 1년에 머물 전망이다. 두산이 남은 11경기에서 끔찍한 집단 타격 슬럼프를 겪지 않는 이상 0.302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지만 “매 경기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역대급 최강타선’ 두산은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전망이다.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올해가 유독 특별한 시즌인 이유는 팀 타율 2위 KIA 역시 3할에 도전 중이라는 점이다. KIA는 129경기에서 타율 0.299를 기록 중이다. 3할에 1리가 못 미치지만, 한두 경기면 충분히 뒤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잔여 경기를 가장 많이 남겨둔 KIA는 절체절명 5강 싸움 중이다. 타선이 터져야 하는 명분이 있어 기록 달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불붙은 KIA 타선이 9월 19경기에서 팀 타율 0.301를 기록 중인 점도 기록을 부채질하고 있다. 2년 연속 팀 타율 3할을 달성하게 된다면 2014~2015 삼성에 이어 두 번째 위업이다.

단일 시즌에 두 팀 이상이 타율 3할을 넘긴 사례는 ML에서도 찾기 힘들다. 한참을 거슬러 1936년까지 올라가야 한다. 당시 클리블랜드(0.304), 디트로이트, 뉴욕 양키스(이상 0.300)가 동시에 타율 3할을 넘겼다. 이후 ML에서 팀 타율 3할 팀은 1950년 보스턴(0.302)이 마지막이다. 30개 구단 체제로 진행되는 ML에서도 동반 달성은커녕 3할 자체가 진기한 상황인 것이다.

팀 타율 3위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잘하는 선수 몇몇이 아닌 팀 전체 평균 타율이 3할인 것은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SBS스포츠 이종열 해설위원은 “우승을 위해서는 ‘몰아치기’가 필요하다. 몰아치기 없이 타율 3할은 이루기 쉽지 않다. 지난해 KIA와 올해 두산이 그랬듯, 팀 타율 3할은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 강팀의 조건 같다”고 밝혔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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