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터울’ 송승준·김원중은 사직의 가을을 포기 안 했다

입력 2018-09-2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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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송승준. 스포츠동아DB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브레이크 직후 11경기 1승10패. 개막 11경기 1승10패가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은 저무는 듯했다.

내려놓으니 반전이 시작됐다. 롯데는 최근 8경기 7승1패로 다시 상승곡선에 올라탔다. 멀게만 보이던 가을야구도 이제 가시권이다. 5위 KIA 타이거즈와는 2.5경기 차.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상투적 표현은 지금 롯데 선수들의 지침이다. 선발진을 지탱하는 ‘최고참’ 송승준(38)과 ‘막내’ 김원중(25)을 비롯한 모두의 목표는 포스트시즌이다.

● 송승준의 자책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송승준은 27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5.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간만의 호투였다. 송승준은 직전 3경기에서 11.1이닝 소화에 그치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9.53을 기록했다. 이날도 1회에만 3점을 내주며 최근의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2회부터 송승준은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2회부터 6회 2사 강판 전까지 안타와 볼넷 각 한 개씩만 내줬을 뿐, 큰 위기는 없었다. 비록 불펜의 방화로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놓은 송승준이다.

주무기인 포크볼을 비롯한 변화구를 자제하는 대신 속구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경기 후 만난 송승준은 “나이가 들면서 속구 힘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안배’나 ‘조절’없이 전력으로 던지면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힘껏 던졌다”고 밝혔다.

강판 이후에는 다시 ‘롯빠 아재’ 모드였다. 개인의 승리는 잊은 모습이었다. “성적은 8위이지만 최근 흐름이 좋지 않나. 후배들이 힘을 내주고 있는데 내가 민폐를 끼칠 수 없었다”며 “불펜투수들과 타자들을 믿었다. 이 흐름을 이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오늘 이기면 내일이, 내일 이기면 그 다음 날이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이다. 매 경기가 최종전이라는 마음가짐을 새기고 있다”는 것이 송승준의 설명이다.

롯데 김원중. 스포츠동아DB


● 김원중 “마음을 비우니 다른 것이 채워졌다”

송승준의 말처럼 최근 롯데 선발진은 적어도 AG 브레이크 직후 때보단 계산이 선다. 26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해 7이닝 4실점으로 버틴 김원중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원중은 “AG 브레이크가 동력이 됐다. 솔직히 그 전까지는 ‘잘 던져야지’, ‘반드시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지’라는 마음이 강했다. 눈앞의 것보다 더 큰 것들만 생각했다. 휴식기 동안 한 발 떨어져서 내 자신을 지켜보니 너무 쫓기고 있었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뭔가가 채워졌다”고 돌아봤다.

선발 로테이션의 막내이지만 책임감은 최고참 송승준과 다르지 않다. 그는 “매 경기 지면 안 되는 상황이다.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경기를 뒤집기 어렵지 않나. 심플하게 ‘이날은 무조건 보탬이 된다’고 다짐한다”며 “물론 우리의 가을야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선수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0은 아니지 않나. 작은 확률이라도 남아있는 한 우리 팀은 그 목표 하나만 보고 질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분위기’의 롯데, 상승곡선 올라탔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분위기에 강한 팀이다. 무너질 때는 걷잡을 수 없지만, 상승세를 탈 때는 여느 강팀 부럽지 않은 ‘팀 컬러’다. 올해만 해도 개막 직후와 AG 브레이크 직후 두 차례나 11경기 1승10패 최악의 흐름을 겪고도 여전히 가을야구 싸움 중인 것이 이를 증명한다. 김원중은 “분위기는 확실히 상승세다. 서로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너무도 뚜렷히 ‘가을야구’이기 때문이다. 선수들 사이에는 ‘내가 민폐 끼치지 않으면 지금 흐름을 이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강조했다.

팬들에 대한 미안함은 롯데 선수들이 스파이크 끈을 동여매는 원동력이다. 27일 경기에서도 고척스카이돔 3루 응원석은 롯데 팬들로 가득했다. 송승준은 “지금 순위가 8위다. 나라도 응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귀한 시간을 쪼개 꾸준히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고 곱씹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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