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 “루머…루즈…리얼…R로 묶었더니 앨범이 됐어요”

입력 2018-10-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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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원은 음악팬뿐만 아니라 가수들이 좋아하는 가수로 통한다. 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새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도 “음악 자체를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고막 남친’ 박원, 1년3개월 만에 새 앨범 ‘R’ 발매

‘알파벳 R’ 좋아해 앨범 이름도 R
노래 속 사랑·이별은 내 경험담
생각을 비우고 곡을 썼어요
트랙 순서대로 들었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흐르는 팝’ 같을걸요


가수 박원을 설명하는 표현은 많지 않다. 수식어도 별로 없다. 2010년 데뷔한 남성듀오 원모어찬스의 한 멤버, 또는 ‘고막 남친’이나 ‘가수들이 좋아하는 가수’ 정도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는 시대가 아닌 만큼 그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다는 것은 그다지 반길 일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박원은 동요치 않는다. 남들의 평가나 시선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마이 웨이’를 고집한다.

사실 그가 박원이라는 가수의 대중적인 이미지보다는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로 불리게 된 것은 음악프로그램 등 방송 출연 대신 공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관객들이 먼저 찾는 ‘공연형 가수’가 됐다. 그의 이런 고집과 소신은 새 음반을 소개하는 자리인 쇼케이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일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새 앨범 ‘알’ 발매기념 쇼케이스는 여느 가수들이 진행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일반적인 쇼케이스라고 하면, 가수들은 먼저 한껏 차려입고 등장해 포토타임을 갖는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날이라고 꾸미기보다는 평상시에 입었던 후드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등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포토타임도 과감하게 없앴다.

가수 박원(오른쪽)이 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새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또 기존의 쇼케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별도의 무대 장치 대신, 21명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마치 미니콘서트 같았다. “가수가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인데 MR(반주음악)이나 (쇼케이스)진행상 필요한 노래를 부르는 게 싫었다”는 그다.

결코 평범하지 않는, 독특한 취향은 새 음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미니음반 ‘제로 미터’(0M) 이후 1년 3개월에 내놓은 이번 신보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평범하면서도 색다르다. 총 6곡의 수록곡은 ‘나’, ‘너’, ‘우리’, ‘뎀’(THEM) 등 인칭대명사를 사용했고, 각 노래마다 부제가 달렸다. ‘러덜리스’(rudderless), ‘리’(re), ‘루머’(rumor), ‘루즈’(rouge), ‘리얼’(real), ‘리디큘러스’(ridiculous) 등 공통적으로 ‘r’로 시작하는 게 특이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아서 쭉 써놓고 보니, 공통적으로 알파벳 ‘r’로 시작되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음반 이름을 ‘알’로 지었다.

“그냥 발음이 좋아서, 단순히 멋있게 보여서 또는 의미 있는 제 모습 같아서 적어놓았던 단어들이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좋아하는 단어일 수도 있다. 그런 단어들이 대부분 ‘알’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곡의 가제를 붙여놓고 작업했다. 굳이 멋있게 보일 필요도 어렵게 정할 이유도 없었다.”

또 그동안 사랑과 이별을 주로 가사로 써서 노래했다면 이번엔 자신의 내면 이야기에 집중했다.

“곡을 쓰는 분들은 경험담을 쓴다. 누구한테 들었던 이야기라고 해도 나한테 나오는 이야기다. 앞서 들려드렸던 곡들이 사랑, 이별 등을 겪으며 나온 노래다. 지금 시점에서 또 사랑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하하! 지금은 저의 이야기, 저의 생각을 들려드리면 되겠다 싶었다. ‘사랑 노래가 아니네?’라고 외면하더라도 언젠가 한 번쯤 꺼내고 싶었던 노래라 만족한다.”

가수 박원이 1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새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거창하지도 않고,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그는 음반의 전체 분위기도 뜻대로 표현했다. 평소 추구하고 싶었던 “자연스럽게 흐르는 팝”처럼 말이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들려고 했다. 생각이 많다고 좋은 노래가 나오라는 법이 없듯, 가사의 뜻이나 멜로디가 복잡하지 않아도 확실한 뜻을 전달할 수 있고 편안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처럼 생각을 비우고 들으면 좋을 것 같다.”

그의 바람은 하나다. “생각을 비우고 곡을 썼어”도 트랙리스트와 작은 것 하나까지 세세하게 챙겼다. 순서대로 음악을 들어주면 좋겠지만, 타이틀곡만 듣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또 녹음할 때 마스터볼륨도 기존과 달리 볼륨을 2단계나 줄였다.

“음악은 듣는 환경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특별한 상황이나 장소에서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유난히 듣기 좋게 들리는 노래가 있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 원래 볼륨보다는 1,2단계 작게 만들었다. 요즘은 볼륨이 큰 노래가 많지 않나. 한 번이라도 귀에 더 들어와야 하고 다른 음악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저는 다른 것을 떠나 음악 자체를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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