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사상 첫 ‘3점대 토종 ERA’ 실종
9일 현재 올 시즌 평균자책점 상위 6명은 모두 외국인 투수의 몫이다. 평균자책점 ‘TOP 3’가 모두 외국인으로 채워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토종 평균자책점 1위는 양현종(4.15)이다. 9월까지 평균자책점 3.97을 유지했으나 3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4.15까지 뛰었다. 이제 기록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균자책점 7위에 올라있는 양현종마저 4점대를 기록하게 되면서 KBO리그 37년 역사상 최초로 3점대 평균자책점 국내 선발투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올 시즌에는 토종 선발투수들이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선동열(현 국가대표팀 감독)은 1986~1987, 1993년에 규정이닝 0점대 평균자책점의 위업도 남겼다. 1점대 평균자책점만 해도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까지 총 23차례 있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토종 투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2003년이 최초였다. 당시 이승호(LG 트윈스)가 평균자책점 3.19로 전체 2위, 토종 1위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2~3점대 투수는 꾸준히 등장했다. 2014년 김광현(SK 와이번스)은 평균자책점 3.42로 전체 2위, 토종 1위에 올랐다. 역대 토종 평균자책점 1위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 기록이 올해 다시 쓰일 기세다.
두산 이용찬(왼쪽)-넥센 최원태. 스포츠동아DB
● “어느 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이용찬(두산 베어스)과 최원태(넥센 히어로즈)가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지만 희박하다. 이용찬은 올 시즌 24경기에서 136.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했다. 두산이 5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이용찬은 한 차례 더 등판할 예정이다. 규정이닝을 채우기 위해서는 7.2이닝을 더 던져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감각 때문에 짧게 던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투에 가까운 이닝 소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평균자책점 3.95의 최원태(넥센 히어로즈) 역시 한 차례 선발등판이 가능하지만, 134.1이닝을 소화 중인 터라 규정이닝까지 9.2이닝이 부족하다.
‘장외 평균자책점 1위’ 김광현이 2.95를 기록 중이지만, 131이닝을 소화했다. 10일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등판이 예고돼 있는데, 올 시즌 철저한 관리를 받은 김광현이 이날 13이닝을 소화할 가능성은 만무하다. 수도권 A팀 투수코치는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투수들이 쫓지 못하고 있다. 어느 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다음 시즌에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반성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