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은지 “솜이불 같은 사운드로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음악 위로’ 해 드릴래요”

입력 2018-10-2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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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은지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청춘들을 비롯해 보다 많은 이들이 음악으로 위로와 공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 세 번째 솔로앨범 ‘혜화’로 돌아온 에이핑크 정은지

그룹 땐 자극적, 솔로 땐 서정적으로
주제는 ‘청춘’…위로와 공감 메시지
메인곡 ‘어떤가요’, 가족 소중함 전달
하고 싶었던 이야기하니 속이 시원


‘음악으로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

가수 정은지가 음악을 하는 이유와 궁극적인 목표는 뚜렷하다.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 보잘 것 없다고 해도 그는 음악에서 얻는 위로의 힘이 상당하다고 느낀다.

데뷔 8년차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로서는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나타내는 데 한계가 있어 솔로로 나설 때는 “위로와 공감”을 확실히 부각시킨다. 2016년 ‘드림’을 통해 솔로가수로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난해 발표한 ‘공간’, 최근 선보인 세 번째 솔로음반 ‘혜화’에는 정은지만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에이핑크 활동 때에는 메인보컬답게 파워 넘치는 가창력을 자랑한다면 솔로가수로 활동할 땐 잔잔하게 읊조리듯 노래한다.

“이번 앨범의 주제가 청춘이다. 보통 할머니들이 ‘나 아직 청춘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각자 느끼는 청춘의 시기가 다르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로 위로하고 싶었다. 같은 감정으로 느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것 같았다. 에이핑크 음악이 전체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자극적인 사운드가 많기 때문에 이번엔 따뜻한 사운드를 많이 사용해 서정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그룹 에이핑크의 메인보컬 정은지와 다른 ‘솔로가수 정은지’의 색깔을 드러낸 앨범 재킷 사진. 사진제공|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정은지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위로는 “공감”이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다보니 남동생과 단둘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심심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내며 음악으로 위로를 받았다. 또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받은 음악의 힘이 얼마나 큰 줄 잘 알기에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 그래서 앨범 이름인 ‘혜화’도 그가 다닌 부산 혜화여고에서 따왔다. 본래 학교 이름과 한자는 다르지만 별 반짝일 혜(暳), 꽃 화(花)라는 단어를 합치니 “청춘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렸다.

“청춘은 가장 반짝이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위로가 가장 필요할 때다.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살아서 그런가. 지금도 헛헛할 때가 많다. 주변에 가수가 아닌, 일반 회사를 다니는 언니들도 많은데 혼자 있으면 그렇게 허전하다. 사람마다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TV를 보더라도 다들 비슷한 부분에서 울고 웃지 않나. 상처를 받고 위로를 받는 부분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타이틀곡 ‘어떤가요’는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가족과 고향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메시지가 담겼다. 뮤직비디오 속 정은지는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와 수박을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가 청춘 속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대상을 표현한 것이다.

“결혼은 안 했지만, 내 자식 같은 느낌의 노래다. 그만큼 짠하기도 하면서 가슴 벅찬 노래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그리움 하나 품고 살아가지 않나. 저는 가족이 그렇다. 엄마를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 엄마가 이 노래를 듣고 막 우시더라. 이 곡을 듣는 사람들이 그런 대상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수 정은지. 사진제공|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정은지는 새 앨범 발표 기념으로 ‘혜화역’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물론 전석 매진이었다. ‘에이핑크 정은지’와 ‘솔로가수 정은지’의 다른 모습과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 하하하! 저의 (솔로음반)노래를 통해서 제가 보였으면 좋겠다. 팬들도 좋아해줘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에이핑크 때도 변신을 해보자는 생각은 많았는데, 보수적인 팬들이 싫어할까봐 꺼리게 된 것도 있었다. 이번 솔로 앨범은 처음으로 프로듀싱까지 한 거라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했다. 가사를 쓰면서 느낀 건 글을 쓰고 읽는 습관이 들여지지 않아 어려웠다. 만화책이랑 드라마 좀 끊고 책을 많이 읽어야겠더라. 솔로로는 하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다. 솔직히 춤을 잘 못 춘다. 춤으로도 뭔가 도전해보고 싶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분야가 많기에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를 두고 그는 “꿈꾸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주를 본 사연을 이야기하며 “80세까지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80세까지 일을 하면 내 인생은 실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대책을 잘 세워서 편하게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반대로 그때까지 꿈꾸면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노래, 연기 다 할 수 있다는 것 같아 행복했다.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건 오래 일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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