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GM→감독, KBO의 새로운 실험

입력 2018-10-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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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상문 감독은 ‘단장 출신 사령탑’이라는 KBO리그의 새로운 실험으로 통한다. 야구계는 최근 트렌드였던 ‘감독 출신 단장’과는 또 다른 장단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선수출신이 주도하는 ‘한국형 GM(General Manager·단장)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KBO리그에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바로 GM출신 감독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LG 트윈스 단장을 지낸 양상문 신임 감독과 새 시즌을 함께 한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재계약을 고사한 SK 와이번스는 현 염경엽 단장이 유력한 차기 감독 후보다.

KBO리그는 2008년 박노준 우석대 교수가 히어로즈 GM을 맡으며 처음으로 프로선수 출신 단장 시대를 열었다. 이어 2009년 민경삼 단장(SK 와이번스), 2011년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이 GM에 취임했다. 이후 선수출신 GM은 리그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22일 현재 KBO리그는 이숭용 KT 위즈, 차명석 LG 신임 단장까지 7명이 선수출신이다.

지난 6월 NC 다이노스는 김경문 전 감독과 작별하고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GM출신 첫 번째 현장 사령탑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대행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NC 경영진은 단장으로 1군 뿐 아니라 퓨처스 선수단까지 팀 전력을 잘 파악하고 있고 코칭스태프와도 원활하게 소통해온 점을 고려해 감독대행을 맡겼다.

양상문 감독의 롯데 사령탑 취임은 타 팀 단장 출신이 현장 지휘봉을 잡았다는 새로운 의미가 있다.

양 감독을 영입한 이윤원 롯데 단장은 22일, “주위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평을 듣고 있다. 감독이 프런트 수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구단과 현장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왜 프런트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지점이 생길 때 소통이 더 원할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단점도 있을까?’라는 질문에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만큼 어떤 단점이 우려된다고 예상할 시점은 아니다”고 답한 뒤 “감독이 내 일(단장 역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 외에는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SK가 염경엽 단장을 차기 사령탑으로 최종 선택한다면 양상문 감독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감독이 탄생한다. 한 팀에서 바로 GM을 거쳐 감독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팀 선수단과 프런트 전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탄생할 수 있다.

GM출신 감독에게는 장점만 존재할까. 한 원로 야구인은 “감독은 때로는 프런트를 강하게 압박해야 해야 할 순간도 있다. 선수단 전체의 리더로 전력강화를 위해 배짱도 부리고 무언의 시위를 해야 한다. GM출신 감독은 이 부분에서 고뇌가 따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문 전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정상급 외국인 투수영입을 프런트에 요청했다. 그러나 불펜에 최적화된 투구 스타일을 갖고 있던 왕웨이중은 풀타임 선발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로건 베렛은 에이스급이 아니었다. 김 전 감독은 베렛을 엔트리에서 과감히 제외하는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NC 경영진의 선택은 현장 수장 교체와 프런트가 더 큰 권한을 갖는 시스템으로 변신이었다.

GM출신 감독이 탄생하면서 예상되는 또 다른 부작용은 선수출신 단장이 언제든지 차기 감독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는 점이다. 현역 단장 중 풍부한 현장 지도자 경험을 갖춘 인사가 많다. GM출신 감독이 성공모델로 자리 잡으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차기 감독 후보가 되고 현장 사령탑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다. 단장은 코칭스태프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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