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놀고…LG가 어린이들에게 여는 초록빛 세상

입력 2018-10-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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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시즌은 이미 끝났지만 팬들을 향한 열정은 끝나지 않았다. 한 어린이가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방망이를 들고 야구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트윈스의 2군 이천 챔피언스파크 실내 훈련장 한편에는 성인 남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 몇 가지 놓여있다. 세면대 위엔 어린이 전용 손 비누가, 그 아래엔 키 높이용 발판이 있다. 4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위해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본래 선수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새롭게 꾸며놓았다. 챔피언스파크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LG는 어린이들에게 언제든 흔쾌히 초록빛 그라운드를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비록 LG는 가을잔치에 오르지 못하며 선수들의 시즌은 끝났지만, 팬들을 향한 자세만큼은 여전히 ‘시즌 중’인 셈이다.

LG는 2017년 9월부터 아이들에게 챔피언스파크의 문을 열어줬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태동한 한국 프로야구처럼, 트윈스도 야구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통한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챔피언스파크 주경기장을 직접 밟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어린이들과 가족의 모습. 사진제공|LG 트윈스


LG는 주중엔 유치원·초등학교로부터 단체 신청을 받아 무료로 훈련 시설을 돌아보고, 투수·타자 체험을 통해 야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소정의 참가비가 있는 주말엔 어린이와 가족을 초대한다. 코치 한 명, 선수 두 명과 함께 미니 게임을 하고, 밥을 먹고, 숙소를 둘러보는 특별한 시간들이 추가된다.

훌륭한 2군 훈련 시설을 마련해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챔피언스파크는 2개의 주경기장과 2개의 보조 경기장, 실내 훈련장과 선수단 숙소까지 겸비한 대규모 훈련소다. 경기장 4곳 중 세 곳에 천연 잔디, 한 곳에 인조 잔디가 깔려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잔디를 밟아보며 둘의 차이도 체험할 수 있다. 실제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리는 주경기장에서는 아이들이 천연 잔디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니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캐치볼, 배팅볼 훈련을 체험한 뒤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들과 교사. 사진제공|LG 트윈스


실내 훈련장에서 진행되는 캐치볼, 배팅 볼 타격 연습 등은 아이들과 교사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 황건하 장내 아나운서와 치어리더 두 명을 비롯한 LG 관계자들이 아이들을 인솔하는데, 참가자의 연령대를 고려해 프로그램의 난이도도 알맞게 조절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즐겁고, 교사들 역시 한결 마음 편히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다.

그러면 교사들도 자연스레 아이들이 체험하는 플라스틱 배팅 볼 기계 앞에 서 방망이를 집어 들곤 한다. 구속을 측정할 때면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환호와 탄식이 이어지기도 한다. LG의 체험프로그램이 교직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이유다. 5~6월에는 KIA 타이거즈도 답사를 위해 이곳을 다녀갔다.

참가자들이 실내연습장 한편에 마련된 ‘엘린이 야구교실’에서 LG 트윈스와 야구에 관한 기본 지식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아이들은 챔피언파크에서 야구에 대한 약간의 이해와 그보다 훨씬 큰 자유를 얻어간다. 독립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다. 학교 운동장 혹은 동네 놀이터에선 누군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을 일이지만, 챔피언스파크에서는 도리어 큰 목소리를 반긴다. 지난 18일 체험프로그램 일정을 소화한 양주 덕도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LG 응원가에 리듬을 맞춰 몸을 풀면서 세상을 향해 크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질렀다. 단번에 스트레스가 풀리던 순간이다.

LG의 진짜 의도가 여기에 녹아있다. 체험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김재환 책임은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야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잔디 위에 엎드리고, 뒹구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본 교사 김대연씨도 “잔디가 깔려있는 학교는 매우 드물고, 지역사회 시설도 가기 어렵다. 평소 잔디를 밟아볼 기회가 많이 없다는 점 역시 이곳을 찾은 이유”라며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 기뻐했다. 평소 야구를 좋아하는 박지민군은 “잔디에서 야구를 하는 것은 또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다. 체험프로그램 덕분에 친구들도 야구를 알게 되어 뿌듯하다”고 웃었다. LG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탄 버스가 챔피언스파크를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야구를 매개로 전한 LG의 진심이다.

이천|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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