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는 27일 인천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서 2루수 겸 9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10-8 승리에 일조했다. 이날 강승호를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킨 SK 트레이 힐만 감독의 용병술이 통했다. 경기 전 만난 힐만 감독은 “오른손 투수인 브리검과 해커를 상대로 성적이 좋아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얼떨떨했다. 강승호에겐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었다.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가을 무대를 경험할 행운이 주어졌는데, 여기에 스타팅 멤버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르는 기회까지 따랐다. 강승호 역시 예상하지 못한 선발 출장이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전혀 생각 못했다. 긴장이 많이 될 것 같다”면서도 “무엇을 더 하기보다는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 같다”고 했다.
“실수만 하지 않겠다”던 강승호는 제대로 일을 냈다. 3회 초 넥센 김재현의 병살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했고, 3회 말엔 선두타자로 나서 중견수 왼쪽 안타를 뽑았다. 1-1로 맞선 4회엔 1사 2·3루 상황에서 중견수 앞 2타점 적시타를 뽑아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진 김강민의 홈런 때는 직접 홈까지 밟았다. 강승호는 5·8회에 돌아온 타석에서도 좌중간 안타, 좌익수 앞 안타를 생산해 이날 선발 출장한 양 팀 선수들 중 유일하게 전 타석 안타를 달성했다. 스스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경기를 충분히 즐겼다. 팀이 이겨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기뻐했다.
강승호는 SK로의 이적을 두고 “터닝 포인트”라고 말한다.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감독, 코치님과 선배들 모두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들 하셨다.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늘 붙어 다니는 또래 내야수 최항(24), 박승욱(26)은 큰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다. 강승호는 “나이대가 비슷하다보니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팀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화기애애한 덕 아웃 분위기가 형성된 SK는 낯가림이 심한 강승호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때론 짓궂은 장난도 서슴지 않는다. 강승호 역시 친근하게 다가오는 동료들의 손길을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강승호는 야구의 진정한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