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의지’ 이승원, “매 경기 이겨나가는 게 재밌어요”

입력 2018-10-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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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현대캐피탈 세터 이승원(25)은 요즘 배구가 재미있다.

마치 어지럽게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느낌이다.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매 경기를 치르며 FA(자유계약)로 합류한 전광인,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와의 호흡을 다듬고 있다. 주전으로 발돋움할 또 한번의 기회 앞에 선 이승원에겐 두 주포의 공격력을 100% 이상으로 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다행히 팀도 개막 3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이승원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이승원은 “한 경기 한 경기 이겨나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웃었다.

학습 의지가 강하다.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아서다. 최태웅 감독의 조언을 단번에 체득하지는 못하지만, 꼼꼼히 적어두고 기억을 해뒀다가 적절한 상황에 활용해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승원은 “급한 토스, 볼 배분, 폼에 걸쳐 나쁜 버릇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성공한 세터들을 보면 자기만의 폼과 토스 기술이 있다. 반대로 어린 세터들은 그 기술이 없어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데, 나 역시 나만의 기술과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은 리그 정상급의 날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 파다르~전광인~박주형에 이를 뒷받침해주는 문성민까지 라인업의 면면이 화려하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클 법도 하지만, 이승원은 수준급 공격수들과 함께 배구를 하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토스도 형들이 점수로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내가 운이 좋기 때문이다. 형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루는 밤 10시 전광인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형한테 공 잘 올리려고 지금까지 야간 훈련 하고 있어요.’ 이승원의 장난스러운 선전포고(?)를 받은 전광인은 ‘지금 정말 잘 하고 있으니 (호흡이 잘 맞지 않는데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돼’라고 답을 했다. 이승원이 “공격수의 입장에서 편하게 때릴 수 있는 공을 올려줘야 한다”고 다짐하듯, 전광인은 “아직 미숙하지만, 승원이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볼 처리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평소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는 둘은 이렇게 마음을 맞추고 있다.

어려운 상황마다 코트에 들어가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주장 문성민도 최대한 이승원의 부담감을 줄이고, 자신감은 높여주고자 한다. 그는 “승원이가 예전과 달리 선배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반기며 “승원이에겐 기회다. 욕심을 부리는 것도 좋지만, 한결 편한 마음으로 토스를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믿음을 보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지만, 진정한 프로 선수로 거듭나려는 이승원은 결코 외롭지 않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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